국토 최남단 마라도가 느닷없는 골프카트 교통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골프카트는 섬에 내린 뒤 배 출발 시간에 맞추느라 일정이 빠듯한 관광객들을 겨냥해 들여온 것으로 마라도의 교통수단이 된 지 이제 제법 오래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고가 빈발한 데다 섬 구석구석을 마구 헤집고 다니는 건 물론, 도가 넘은 호객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통에 도보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골프카트가 골프장이 아닌 마라도에 등장한 건 2005년 12월. 그해 1월 주민들은 “천연기념물(423호) 마라도는 자동차가 없는 곳으로 보존해야 한다.”며 20여대의 자동차를 모두 섬 밖으로 내보냈다.
이후 마라도는 자동차가 없는 청정환경특구로 지정됐다. 그런데 11개월 뒤인 12월 한 주민이 전동 골프카트를 들여와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주민들도 너도나도 골프카트를 들여왔고, 현재 마라도에는 80여대의 골프카트가 성업 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해마다 골프카트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 지난 15일에는 정원을 초과해 20여명을 태운 14인승 골프카트가 내리막길을 30∼40m 내달리다 장군바위 표지판을 들이받아 일가족 5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제주도와 경찰은 뾰족한 규제방안이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2011-09-17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