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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공무원의 천기누설] (5) 행안부 강정옥 서기관 ‘지방9급에서 중앙4급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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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에 아낌없이 투자 업무 외에도 척척 ‘팔방미인’

“중앙 부처 공무원으로 일하기까지 전입시험을 3번 봤습니다. 공무원이 되고 나서도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지방에서 6급을 달고 있었겠지요. 대충 해서 공무원 하려는 생각은 버리고 진짜 한번 인생을 걸어 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합니다.”

행안부 강정옥 서기관
행정안전부 자치행정과 강정옥(54) 서기관은 9급 지방공무원에서 시작해 ‘공무원의 꽃’이라는 5급 사무관을 거쳐 지난 9월 4급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전북 전주시에 있었던 제일전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4년 지방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그의 첫 근무지는 진안군청이었다. 당시 같이 합격한 동기들의 80~90%는 고졸이었다.

동기들 8명이 ‘시보회’를 만들어 아직 만나고 있는데 강 서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회원들은 전주시, 장수군, 임실군, 완주군 등에서 6급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강 서기관은 “전입시험을 보지 않고 지방에 계속 있었다면 저도 아마 6급 공무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주시청, 전북도청을 거쳐 행안부로 전입했다.

그는 공무원이 되기 전에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고등학교 때 통신사 자격증을 따서 경남 마산 수출자유지역의 중공업 회사에서 2년여간 근무했다. 군대를 다녀오고 난 뒤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도 어렵고 마땅한 직업을 찾기도 쉽지 않아 동네 친구 3명과 작은 방을 얻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강 서기관은 세 번 도전 끝에 합격했지만 나머지 두 친구는 결국 다른 진로를 택했다.

1984년 당시 공무원 시험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국민윤리 5과목을 치르는 방식이었는데 이는 내년부터 변경되는 9급 공무원 시험과 흡사하다. 강 서기관은 자녀들에게도 공무원이 되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둘째 아이는 이미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고 있으며 셋째도 준비할 예정이다.

“부모가 이거 하라, 저거 하라 간섭할 수 있나요. 국가관이 뚜렷한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일해야 국가가 발전한다는 이야기와 공무원이 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말했더니 아이들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조언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면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하게 되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공부법도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하는 방법으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는 쉽지 않다. 어떨 때 공부가 잘되고 어떻게 하면 잘 외워지는지 스스로 비결을 찾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면 가능한 일이란 게 강 서기관의 설명이다.

전입시험에 세 번이나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도 자신만의 공부법과 목표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펴내는 ‘지방행정’이란 잡지가 있는데 대부분은 책장으로 직행해 먼지만 쌓인다. 강 서기관은 전문가의 기고가 담긴 잡지의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업무에도 도움이 되고 전입시험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입시험은 주관식 논술시험과 면접으로 이뤄진다.

자기 계발을 위해 강 서기관이 기울인 노력은 진안군에서 가장 먼저 컴퓨터를 산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86컴퓨터가 나오기도 전에 연봉을 털어 120만원짜리 컴퓨터를 사들였다. 그의 월급이 10만원일 때였다. 컴퓨터를 1년 공부하고 전북도청에서 일할 때는 전산직이 아니라 일반 행정직이었음에도 ‘컴퓨터 박사’란 말을 듣기도 했다.

2013년부터 고교 교과목인 사회, 과학, 수학이 선택과목으로 추가되는 공무원 시험의 변화에 대해 그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흔히 박사는 ‘전문적인 바보’라고 하잖아요. 전문적인 분야에는 외부 인사를 기용하고 일반적인 공무원은 다방면으로 아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유능한 사람이 공직에 들어오는 것은 나라의 손실일 수도 있습니다. 인재는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수 있는 첨단 기술에 투입돼야죠.”

머리를 써야 하는 몇 군데를 제외하면 자기 주관이 뚜렷하며 성실하고 청렴한 사람이 공직에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30여년간 공무원으로 일한 그의 소신이다. 대학교 입학 시험과 공무원 시험을 연계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전문교육 기관인 대학은 공무원 시험을 보려고 가는 곳이 아니라고 강 서기관은 강조했다.

“공무원 생활은 일단 즐겁게 일을 해야 하고 그다음에 자기에게 투자를 해야 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지방 공무원은 매끄러운 일 처리 등을 위해 민원인과 어울릴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자기 시간을 찾기 어렵다고 강 서기관은 조언했다. 항상 목표 의식을 갖고 자기 계발에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입시험에 잇따라 도전해서 성공했을 뿐 아니라 방송통신대에서 행정학 전공으로 학사 과정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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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부터 중앙부처인 당시 내무부(현재 행정안전부)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는 공직 생활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로 동료 한 명과 밤을 새워 가며 만든 재난관리법 제정을 들었다. 서울 성수동에서 살았는데 아침에 출근해 보니 다리가 사라졌던 때였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대구 도시가스 폭발 등으로 재난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밤샘 작업 끝에 법을 만들었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됐을 때의 벅찬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공무원으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남은 공직 생활에서 계획이 있다면 지방 발전을 위해 중앙 공무원으로서 쌓은 역량과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의 고향은 장수군이고 공무원으로서의 첫 근무지는 진안군이다. 장수군은 한우와 사과로 유명해지면서 연소득이 1억원 이상인 주민들이 많은데 바로 옆의 진안군은 발전이 더디다 보니 장수와 비교해 시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공무원이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주민들의 소득과 삶의 질에 차이가 크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그는 지방 발전에 남은 시간을 쏟고 싶다고 밝혔다.

“요즘은 노력만 하면 휴직을 해서 대학에 갈 수도 있고 야간 대학에 갈 수도 있습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학비를 다 대주기 때문에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면 자기 계발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강 서기관은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교에 가기 어려울 경우 아예 일찍 공직에 들어오게 되면 정부의 지원으로 학업을 계속할 길이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2-12-0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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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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