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의 특별한 송년회
“날도 추운데 밥 좀 많이 잡수세요. 그래야 건강하시죠.”(김영종 종로구청장)30일 오전 11시 종로구 직원 송년회가 이화동의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렸다. 그런데 송년회에 등장하는 주류와 노래 등은 없었다. 조용하지만 특별한 송년회였다.
구 간부들은 마이크 대신 주걱을 들고, 술잔을 기울이는 대신 밥을 펐다. 지역 노인들을 위한 자원봉사로 한 해를 마무리하기로 한 것이다. 김 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간부 7명과 동장 8명 등은 오전 11시부터 배식과 주방보조 봉사에 나섰다. 배식팀은 갈색 앞치마와 위생장갑을, 설거지팀은 분홍색 앞치마에 고무장갑을 꼈다. 정장 위에 걸친 앞치마가 어색할 법도 했지만 노인들을 대하는 얼굴에는 웃음이 넘쳤다. 김 구청장도 노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배식 봉사에 구슬땀을 흘렸다. 밥을 조금만 달라는 노인들에게는 “많이 좀 잡수시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간부들이 어디로 앉으실 거냐고 물어보며 손을 잡고 직접 자리를 안내했다. 배식이 끝난 후 노인들은 김 구청장과 간부들의 손을 꼭 잡으며 “잘 먹었다. 오늘따라 더 맛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그릇 닦기와 식기 정리 등 주방 일을 도운 서홍석 구 일자리경제과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 송년회에서도 같은 보직(설거지)을 맡았다”며 웃었다. 그는 “평소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도 못했는데 다 같이 의미 있는 송년회를 보낼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관 복지관 관장은 “간부들이 나서 어르신들에게 봉사하며 송년회를 진행한다는 것에서 순수함과 청렴함을 느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간부들은 배식이 끝난 후 깨끗이 상을 치우고 마무리한 뒤 인근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이 자리에서도 김 구청장은 직원들이 함께하는 자원봉사를 정기적으로 하자며 청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들뜨기 쉬운 시기에 간부들이 먼저 나서서 조용하고 검소한 연말연시 보내기에 모범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하며 “내년에도 청렴을 바탕으로 주민들과 더 많이 소통하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