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목련회 매년 요양원 봉사… 노인들 “10년째 찾아와줘 기뻐”
“이것도 기술이여. 아이고 쉽지 않네.”(조길형 영등포구청장)“검은콩을 넣고 송편을 입술 모양처럼 만들면 돼요.”(신용신 할머니)
추석을 이틀 앞둔 13일 경기 군포시에 위치한 서울특별시립 엘림노인전문요양원에 웃음꽃이 피었다. 조길형 서울 영등포구청장은 투박한 손으로 반죽에 검은콩, 팥 등을 넣어 가며 부지런히 송편을 빚었다. 신용신(89) 할머니는 조 구청장 옆에 딱 붙어 앉아 살갑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 줬다. 마치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아들과 어머니가 한자리에 앉은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조 구청장은 “1년에 적어도 두 번은 구청 직원들과 요양원을 찾아 어르신들과 음식도 먹고 시간을 보낸다”면서 “뵐 때마다 좋고 이야기를 나누면 오히려 내가 행복해지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조 구청장은 2010년 취임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요양원을 찾아 아들 노릇을 하고 있다. 적어도 설과 추석에는 찾아뵙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게 조 구청장의 약속이다. 엘림노인전문요양원에 거주하는 노인의 70%는 기초생활수급자이고,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도 적지 않다.
구청 내 봉사단체 ‘목련회’ 소속 60여명도 이날 배식, 설거지 등의 봉사를 함께했다. 목련회 명칭은 영등포구의 구화(區花)인 ‘목련’에서 가져왔다. 2004년부터 10여년째 활동하며 요양원 방문 외에 관내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목련회 회장인 정영분 일자리정책과장은 “처음에는 여성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소모임 성격이 짙었지만, 청장님이 취임한 후로는 국별로 1명씩 운영위원을 두는 등 규모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6-09-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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