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 협상 암초로 막판까지 난관
관료들 “집에 가고싶다” 호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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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영국와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 최종 협상이 마무리됐다. 사진은 2017년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EU 국기 등을 들고 행진하는 뒤로 영국 국회의사당이 있는 모습. 런던 AFP 연합뉴스 |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으로 각국이 어려움을 겪은 만큼 영국과 EU 관계자들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3월경 유럽에서 대확산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브렉시트 협상 테이블도 덮쳤다. 70명이 3시간 동안 모여 회의를 진행한 어느날 한 외교관은 “왜 우리 목숨으로 ‘러시안 룰렛’을 해야 하느냐”고 하기도 했다.
특히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 대표와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협상 대표가 하루 차이로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까지 확진으로 ‘죽다 살아날’ 정도가 되며 협의는 저절로 후순위로 밀렸다. 한달 넘게 협상이 중단됐고, 양측은 4월 말에야 화상 회의를 통해 협상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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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영국와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 최종 협상이 마무리됐다. 사진은 지난 3월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협상 대표(왼쪽)와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 대표가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만난 모습. 브뤼셀 AP |
69세인 바르니에를 비롯해 관계자들은 온라인 회의의 어려움도 몸소 체감해야했다. 마이크 음소거와 문서 공유 등을 놓고 끙끙거리는 사이 시간은 또 흘렀다. 이렇듯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어려워지며 EU 관리들 사이에선 “협상을 연장해야 한다”, “1년 안에 마무리하는 건 미친 짓이다” 같은 우려도 터져 나왔다.
코로나 확산이 주춤해진 6월말 경 이들은 다시 브뤼셀과 런던을 오가며 대면 협상을 이어갔지만, 가을 이후 2차 대유행이 시작되자 또다시 논의는 중단됐다. 막판 합의가 이어지던 11월 중순 EU 협상 팀 가운데 한명이 양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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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브렉시트(Brexit) 이후 영국과 유럽연합(EU)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무역과 협력 협정’ 초안을 타결하고 다우닝 스트리트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런던 풀 기자단 로이터 연합뉴스 |
존슨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전화 통화로 직접 소통에 나섰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대구, 청어, 고등어, 참치의 할당량을 정하는 등 어업 협상을 조율하기 위해 끊임없이 영국 측과 연락하고, 프랑스와 벨기에, 덴마크 어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애썼다고 밝혔다.
마침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마무리된 이번 협상안은 영국 의회, EU 회원국과 유럽의회가 각각 승인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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