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정책 철회 여파로 혼선
매장 종이컵에 뜨거운 커피 허용플라스틱컵에 ‘찬 커피’는 위반
비닐봉지는 장소마다 규정 달라
과태료 부과·유예 대상도 제각각
“복잡하고 대상 많아 대응 못 해”“카페에서 종이컵에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아이스 커피를 마시면 단속 대상이 됩니다. 인력이 적은데 단속 규정은 복잡하고 대상은 많아 민원이 제기될 경우에만 대응하는 실정입니다.”
정부의 오락가락 환경정책에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일회용품 사용 금지 계도와 단속을 사실상 포기했다. 지자체들이 단속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복잡한 단속 규정 ▲과태료 부과 중단 ▲인력 부족 등이다.
환경부는 그동안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비닐봉지, 우산 비닐 등을 금지하는 정책을 전면 시행하려다가 지난해 11월 7일 돌연 ‘자발적 참여’로 정책을 전환했다. 일회용컵 빈용기 보증금제도 역시 축소되거나 지자체 자율 시행 쪽으로 검토되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소상공인과 국민 사이에서 조금씩 확산하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운동이 갑자기 동력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정책이 후퇴하면서 단속 규정이 너무 복잡해져 단속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시민이 계도 유예에 해당되는 업종인 줄 모르고 왜 단속을 안 하냐고 민원을 제기한다”면서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가면 업주들은 계도 유예 기간인데 왜 나왔냐며 항의하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빠르게 정착되던 제주도는 컵 반환율이 80%대에서 최근에는 66%대로 뚝 떨어졌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 매장들의 이탈도 잇따르고 있다. 500개 보증금제 대상 매장 중 97%가 참여하다가 지금은 참여율이 68%로 떨어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환경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과태료 부과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지자체의 일회용품 담당 인력도 부족하다. 경남도와 충남도 등은 시·군별로 일회용품 담당자가 1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다른 업무도 함께 맡고 있다. 울산시는 규제 대상 업소 4800여곳을 일일이 방문해 점검하다가 환경부의 정책 철회에 따라 단속을 중단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2024-01-12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