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 방면에서 바라본 청와대.제일 뒤가 … 안국동 방면에서 바라본 청와대.제일 뒤가 청와대 본관,그 앞이 춘추관,그 다음은 청와대를 둘러싸고 있는 일반 가옥들이다.인근 종로구 주민들은 청와대 이전에 대해 대체적으로 반대의견을 보이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종로공무원 ‘감정적 반대 계산적 찬성’
각 부서의 성격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구청 공무원들의 밑바닥 정서는 청와대 이전에 반대다.반면 청와대 뒷수발을 들어야 하는 부서는 청와대 이전을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신현봉 기획예산과장은 “행정부 수장이 추진하는 일을 어떻게 일개 공무원이 토를 달 수 있습니까.”라면서도 “그러나 종로가 정치1번지와 서울 제1번구라는 위치를 차지한 것은 청와대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반대의 뜻을 보였다.
그러나 익명의 구 공무원은 “수도이전을 잘 따져 보면 종로구에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털어놨다.
종로구는 청와대 ‘뒤치다꺼리’로 해마다 많은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지난 2002년에는 무려 76억원이 청와대 주변 가꾸기에 쓰였다.2000년에는 38억원,2001년 43억,지난해에도 35억원이 사용됐으며 최근 4년 동안 연평균 48억원씩 들어갔다.구 1년 예산이 1800여억원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반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은 특별교부세는 모두 합해야 32억 1000만원에 불과,남는 장사가 아니다.청와대를 옮기면 이 차액이 모두 주민들을 위한 예산으로 쓰일 수 있다.
청와대 이전은 세수 기반이 취약한 종로구에게 일종의 호기인 셈이다.청와대를 비롯, 각종 국가기관과 문화재 등이 밀집한 종로구에는 비과세 토지가 전체 면적의 3분의 2에 달한다.청와대 이전과 더불어 몇 개의 국가기관이 빠져 나가고 다른 시설이 들어서면 그만큼 세금은 늘어난다.
예산절감과 세수확장 외에도 청와대가 짓누르는 업무상의 압박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청와대 주변 관리를 책임진 공원녹지과와 토목과,청소행정과 등 관련 부서는 청와대 업무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김동훈 청소행정과장은 “권위주의 정권에 비하면 대폭 감소됐지만 여전히 청와대는 특별히 신경써야 하는 특별 대상”이라면서 “청와대를 ‘특정지역’으로 정해 청소에 만전을 기한다.”고 밝혔다.종로구의 환경미화원은 다른 자치구의 두배에 가까운 243명이나 된다.
게다가 공원녹지과와 토목과는 청와대의 접근로는 물론 인근 효자로와 삼청동길,창의문길,인왕산∼북악산길 등의 관리도 모두 떠맡고 있다.
유낙준 공원녹지과장은 “청와대 주변은 항상 깨끗하게 정돈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상식”이라면서 “청와대를 옮기면 ‘보이지 않는 압력’이 사라져 종로구가 업무에서 상당부분 자유로워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수지역 거주 ‘대가’ 심하지 않아
청와대 이전에 대해 ‘대한민국 1번지’ 주민들은 반대세가 우위를 점한다.천문학적인 이전 비용이나 불투명한 효과 등 일반적인 이전 반대 이유 외에도 ‘1번지 프리미엄’을 뺏기지 않으려는 속내가 있다.
청운동에서 10여년째 학생복 대리점을 하는 장병네(50·여)씨는 “청와대의 빼어난 풍수지리설상의 입지를 이전한 뒤에도 계속 이어갈지 의문”이라면서 “경제 사정도 좋지 않은데 엄청난 세금을 들여 새로 지은 청와대를 구태여 옮기려는 이유를 대체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처럼 검문이나 각종 규제 등 권력에 붙어 사는 대가도 심하지 않다.오히려 지역의 특수성 덕에 치안상태가 월등해져 이 일대에는 도둑이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청와대 때문에 유지되는 한적한 분위기도 이곳 주민들에게는 호재다.
●“청와대와 건축 규제는 무관”
30여년째 청와대와 총리공간 사이인 삼청동에서 거주하는 문영주(60·여)씨는 “예전에는 집을 조금만 고치려 해도 행정절차가 무척 복잡했다.”면서 “이제는 많이 바뀌었으며 건물 높이에 제한이 있지만 사실 일반 주택을 짓는데는 별 문제 없고 이마저도 점차 풀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청와대 주변인 삼청동과 청운동,효자동,사직동,가회동 등은 최고고도지구로 위치에 따라 건물 높이가 최고 15∼20m이내로 제한된다.또 일부 지역은 자연경관지구까지 겹쳐 최고 3층이하의 건물만 지어야 한다.하지만 이런 높이 규제는 청와대가 주변에 위치해서만은 아니다.청와대가 빠져 나가도 고도제한이 풀리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명의 종로구청 도시계획과장은 “일제 강점기에 문화재와 북한산 등 조망권 확보를 고려해 도시계획이 이뤄졌으며 이때 이미 고도 제한도 계획됐다.”면서 “해방 후에도 시의 도시계획은 이 당시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청와대 프리미엄’이 걷히면 집 값도 동반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청와대와 이 일대 부동산값의 직접적인 함수 관계는 없다.하지만 청운동에 위치한 경복고에는 청와대 직원의 자녀가 꽤 많다.대개 이들의 성적은 좋은 편이며 다수가 빠져 나갈 경우 경복고의 명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가정이다.
청운동 주민 김재근(40)씨는 “강북권이지만 경복고가 옛 명성을 유지하는 것은 재학생 가운데 청와대 직원 자녀들이 많기 때문”이라면서 “경복고의 위상이 흔들리면 부동산 값도 덩달아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러나 반대의 가정도 있다.효자동에 사는 김영례(39·여)씨는 “한강변처럼 조망권을 해치는 지역에도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경우는 있다.”면서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거나 청와대 자리에 유동인구가 몰릴 시설이 유치되면 지역경제는 살아나고 부동산값도 오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유종 김기용기자 bell@seoul.co.kr
■和寧臺·黃瓦臺도 개명 후보로 거론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에는 ‘권력의 1번지’ 청와대가 근엄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푸른 기와 저택은 일제 강점기인 1939년,건평 586평 규모의 조선 총독관저로 처음 지어졌다.‘무명’(無名)이었던 1호 관저는 정부 수립과 더불어 경무대(景武臺)로 불렸다.경복궁 중건 이후 이 자리에 있던 과거 시험장인 경무대에서 유래했다.
청와대 일대는 풍수지리상 길지(吉地) 가운데 최적지로 손꼽힌다.북악산을 비롯 낙산,인왕산,남산이 둘러싸며 청계천이 흐르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전형이다.하지만 용맥에서 약간 벗어난 위치다.총독관저 위치를 물색하던 조선의 풍수사들이 고의로 자리를 비껴 정했단다.때문에 조선 총독과 청와대 주인들은 불우한 말년을 보냈다는 설(說)도 있다.
윤보선 대통령은 부패정권의 온상이라는 경무대의 이미지를 떨치려고 개명 작업에 착수했다.기와와 평화의 색과 같다는데 착안해 청와대로 결정했다.당시 개명 후보에는 화령대(和寧臺)도 있었다.이성계가 명나라에 제출한 국호에는 조선 이외에 화령도 있었다.영문으로 ‘블루 하우스’는 ‘화이트 하우스’와 대조를 이뤄 윤 대통령의 마음에 들었다.박정희 대통령 때는 황(黃)이 청(靑)보다 귀하기 때문에 ‘황와대(黃瓦臺)’로 고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1991년 완공된 청와대 본관은 연면적 2564평으로 청기와 15만장이 얹어졌다.부속 건물까지 합치면 1만 8000여평에 부지는 7만 6685평이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청와대 경내 눈은 특별대접
서울에 눈이 오면 가장 신속하고 깨끗하게 제설작업이 이뤄지는 곳은 청와대와 그 주변지역이다.
청와대를 끼고 있는 종로구 청운동·효자동·삼청동 일대는 종로구 청소행정과에서 ‘제설작업 특정지역’으로 구분해 특별히 신경쓰는 곳이다.
눈이 오면 종로구는 전체 환경미화원 243명중 208명을 청와대 일대에 긴급투입해 제설작업을 펼친다.▲효자로 ▲청와대 앞길 ▲삼청동길 ▲광화문 앞길 등 청와대를 둘러싼 ‘특정지역’ 약 3.7㎞ 도로는 순식간에 깨끗해 진다.
이에 비하면 청와대 내부 제설작업은 조금 더딘 편이다. 일반 제설작업에 필요없는 청소차량이 49대나 한꺼번에 동원되는 등 특별한 방법이 사용된다.
“청와대 경내 눈은 일단 밖으로 다 빼내야 해요.”종로구 청소행정과 김동훈 과장은 제설작업에 청소차량이 필요한 이유를 살짝 귀띔했다.
일반적인 제설작업의 경우 보행인과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고 특별한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길가에 눈을 쌓아두는 방법을 이용한다.그러나 청와대의 경우 미관상 경내에 눈을 쌓아둘 수 없다는 것.따라서 청와대 내부의 눈은 모두 청소차량에 실어 담아 외부에 버려야 한다.청와대 눈은 청소차에 실려 버려지는 ‘특별대접’을 받게 되는 셈.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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