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9시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는 한국 물리학의 업그레이드를 꿈꾸는 당찬 중학생들이 모였다.물리실험을 놀이처럼 즐기는 서울 대영중 과학동아리 ‘미르’ 회원 14명이 여름방학을 맞아 실험실 밖 과학원리 찾기에 나선 길이다.
| 놀이기구의 운동원리를 탐구하기 위해 지… 놀이기구의 운동원리를 탐구하기 위해 지난 19일 잠실 롯데월드에 모인 대영중 과학동아리 ‘미르’ 회원들이 과제를 해결하러 흩어지기 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이들은 2인1조로 팀을 나누고 ‘오늘의 과제’를 점검했다.놀이기구에 숨겨진 운동의 법칙을 찾아내고 어떤 순간에 사람들이 ‘가장 아찔한’ 기분을 느끼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한 ‘스페인 해적선’ 앞에 선 양혜란(15·3학년)양은 진자운동의 원리를 이해하며 좌우로 움직이는 놀이기구의 운동시간을 초단위로 측정했다.“만약 공기의 저항이 없다면 진자운동하는 스페인 해적선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놀이기구 양끝에 앉는 사람들은 위치에너지가 최대가 될 때 가장 두려움을 느낀다.”고 물리학 전문가 뺨치는 설명을 곁들였다.
권지영(13·1학년)양은 ‘회전목마’ 앞에서 원운동하는 물체의 운동원리를 설명했다.
그는 “원운동하는 물체는 밖으로 튀어나가려 하는데 이를 끌어당겨 주는 구심력이 작용해 회전목마가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다.”며 “회전목마를 탈 때 가장자리에 타면 원심력에 의해 몸이 밖으로 쏠리기 때문에 나름의 스릴을 느낄 수 있다.”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처럼 어린 중학생들이 고교 물리과정의 내용들을 ‘척척’소화해낼 수 있는 것은 바로 과학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드는 ‘미르’의 독특한 수업방식 때문.
전경아(29) 교사는 과학실험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1∼3학년 학생 14명으로 지난해 ‘미르’를 결성했다.실험수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시교육청으로부터 매년 2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충당한다.실험의 내실을 기하고 진지한 수업분위기를 위해 전 교사는 회원을 선발할 때 지원자들에게 간단한 문제를 풀게 한다.
물,우유,주스,콜라의 밀도 차이를 이용해 액체탑을 쌓으라는 문제를 제시한 뒤 자유롭게 풀도록 한다.정해진 실험방법,실험 제한시간,사용해야 할 실험도구 등을 제시하지 않고 창의력과 실험정신으로 풀도록 한다.자유로운 사고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 같은 회원선발 시험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미르’의 실험엔 정해진 왕도가 없다.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생활 속 모든 소재가 실험대상인 이들에게 과학실험은 ‘공부’이기보다는 ‘놀이’에 더 가깝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수업이 끝난 뒤 과학실에 모인다.3학년 한 명당 1,2학년 한 명씩 짝을 이뤄 2인1조로 실험을 진행한다.모든 과정에 모범답안이 없는 만큼 파트너와 함께 상의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토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고민하며 놀이처럼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교과서로 배웠으면 어려워서 쩔쩔맸을 과학이론들이 의외로 쉽게 이해되고 호기심을 자극해 과학공부에 동기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빨대와 유리컵으로 관악기를 만들어 연주해 보는 실험은 학생들에게 소리의 파장과 음계에 대한 궁금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학생들은 우드락으로 증기보트를 만드는 실험을 통해서 스스로 고안한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을 보며 “해냈다.”며 환호했다.성취감을 맛보는 순간이다.
김영우(13·1학년)양은 “과학 공부가 재미있어 집에서도 궁금한 내용은 혼자 실험한다.”며 “앞으로 물리공부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경아 교사는 “동대문,남대문 시장을 돌아다니며 직접 실험기구를 찾는 일이 가장 어렵다.”며 “이런 수업이 동아리 차원이 아니라 일반 과학수업에도 적극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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