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6시 50분쯤.갑자기 남산 기슭에 자리잡은 서울문화재단 본관이 떠들썩해진다.짧은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유인촌(53)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직원들에게 슬슬 바람을 넣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오후 7시 서울 남산에서 열린 ‘수… 지난 6일 오후 7시 서울 남산에서 열린 ‘수요가꿈달리기’에서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직원,예술인,시민들과 함께 남산길을 달리고 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유 대표는 지난 7월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남산 산책로에서 일반시민들 및 재단직원,친분이 있는 연예인과 함께 ‘문화가꿈달리기’행사를 진행한다.
남산 케이블카 타는 곳 건너편 산책로 입구에서 장충동 국립극장을 왕복하는 7㎞구간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청계천 문화의 다리 성금모금을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 참가하면서 내는 5000원은 복원될 청계천 다리조성에 사용되는 ‘문화벽돌’을 구입하는데 사용한다.벽돌에는 참가자의 이름이 새겨져 영원히 기념할 수 있다.유 대표와 참석한 연예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친필사인을 얻을 기회는 덤이다.
“처음에는 혼자 운동삼아서 산책로를 달렸죠.그런데 운동하시던 분들 중 알아보는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그래서 시민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행사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행사는 모두 12번 열렸고 유 대표와 절친한 이혜은(영화배우),박상원(탤런트),이훈(탤런트),정두홍(무술감독)씨 등이 참석했다.일반인의 행사참여도 꾸준히 늘어 지금까지 약 450명이 참여했다.
“지난 8월 중순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 날에는 60여명이 참석한 일도 있었습니다.한겨울에도 방한장비를 갖춰 행사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유 대표는 웬만한 20∼30대 못지않은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연예인들이야 몸이 자산이니까 몸을 건강하게 가꾸는게 필수지요.예전에는 러닝머신을 자주 이용했는데 남산을 뛰는 것만 못하더라고요.”
시간이 되자 모인 30여명의 사람들과 함께 유 대표는 가벼운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었다.쭈뼛쭈뼛 서있던 기자를 보며 “준비운동 제대로 하지 않으면 꽤 힘든 코스”라고 조언했다.
달리기가 시작되자 유 대표는 예상보다 빠른 페이스를 보였다.유 대표보다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코스에 도전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무리였다.결국 숨찬 가슴을 부여잡는 기자를 멀리한 채 유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열린 '수요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열린 '수요가꿈달리기'에서 유인촌 대표가 예술인, 시민 등과 함께 달리기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사실 유 대표는 지난 3일 서울신문과 서울시가 공동주최한 제2회 하이서울 한강마라톤대회 하프코스를 59분 55초에 주파한 마라톤 실력자다.
그는 달리면서도 시종일관 여유있는 표정을 유지했고 반대편에서 산책하는 시민들과도 가볍게 목례를 나눴다.
행사가 끝나자 유 대표는 참석자들을 서울문화재단 본관1층으로 안내했다.참석자들과 물과 김밥,맥주 등을 나누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맥주를 한잔씩 따라 건배를 한 후 유 대표는 대표로 보낸 6개월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문화가 별건가요.우리동네에서 열리는 공연에 참석하는 것,책 읽는 것 등 일상적인 것들이 모두가 문화입니다.바로 이런 것들부터 지원해 나갈 생각입니다.”
서울문화재단은 우리동네문화 가꾸기,책읽는 서울,청계천 문화가꾸기 등의 사업을 통해 무미건조한 서울을 문화생활이 넘치는 공간으로 꾸며갈 계획이다.
대표 임명과정에 이명박 시장의 정실인사라는 논란에 대해서는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주장을 들을 때마다 문화계에도 밥그릇 싸움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비칠까 두렵습니다.모든 것에 떳떳한 만큼 결과로 승부하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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