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 14동 96가구 주민들은 요즘 아파트 리모델링 효과를 톡톡히 느끼고 있다. 예전같으면 늦가을 쌀쌀한 날씨에도 난방 가동을 생각하지 못했다.
개별 난방이 아닌 중앙공급 방식이기 때문에 관리실에서 일괄적으로 보일러를 틀어주지 않는 한 옷을 끼어 입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가을부터는 기온이 내려가도 걱정이 없다. 개별난방으로 바꿨기 때문에 집집마다 알아서 보일러를 돌리면 된다.
●리모델링 이전엔 ‘무늬만 강남 아파트’
방배 삼호아파트는 지은 지 27년 된 낡은 아파트. 페인트는 벗겨지고 발코니에는 지저분한 물건들만 가득 쌓여 있는 등 칙칙하기 그지없었다. 심각한 문제는 외관보다 내부에 있었다. 툭하면 낡은 배관이 막혀 수리공을 불러야 했다.
수도 배관은 녹물이 나올 정도로 낡았다. 거실과 식당 난방은 온돌이 아닌 라디에이터 방식이라서 겨울에는 집안에서도 털옷을 입고 지내야 했다.
말이 강남 아파트이지 입주민들의 생활은 궁핍하기 그지없었다.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다른 아파트와 달리 집값 상승률도 낮았다.52평형이라고 하지만 주방은 코딱지만 했고, 거실에 들어서면 공용 화장실과 맞닥뜨리도록 집이 설계돼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전체 단지 재건축사업이 지연되자 14동 주민만 리모델링조합을 만들어 사업을 추진했다.
2004년 8월 공사를 시작, 지난 9월 공사 착공 1년2개월 만에 새 집으로 이사했다.2003년 주택법 개정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가능하게 된 뒤 조합을 구성해 준공된 리모델링사업 1호다.
●리모델링 이후 신규 아파트 부럽지 않아
올 겨울부터는 집안에서 털옷을 벗을 수 있게 됐다. 난방을 중앙집중 공급방식에서 개별 난방으로 바꿔 가구마다 원하는 온도를 설정해 놓으면 자동으로 온도를 맞출 수 있어 관리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라디에이터를 뜯어내고 온돌을 깔면서 실내 공기 질도 좋아졌다.
평면도 확 바뀌었다.30년 전의 구식 구조였던 방의 크기, 수납공간, 화장실 등을 최신 유행하는 스타일로 바꿨다.
거실에서 눈이 마주치던 공용 욕실을 현관 쪽으로 이동했고, 주방 옆 작은 방 대신 식당과 주방을 넓혔다. 가족 드레스룸을 신설하고 침실 크기도 적정하게 배분, 가구 배치 및 생활의 편리함을 개선하는 효과를 거뒀다. 강관을 사용, 녹물이 심했던 수도관을 스테인리스관으로 갈아끼워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게 됐다.
●늘어난 전용면적·첨단시설 대만족
리모델링 이후 면적은 53평형에서 63평형으로 늘었다. 특히 증가한 면적이 전용공간이라서 입주시 주민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했다. 중앙정수처리시스템을 설치, 언제나 깨끗하게 걸러진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 가구마다 난방 자동 온도조절 장치도 설치됐다. 전자경비 시스템을 도입, 입주민들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외관은 밋밋한 아파트 이미지 대신 고급 빌라와 같은 분위기를 내도록 고쳤다.
리모델링 비용은 평당 300만원 정도. 가구당 1억 6000만∼1억 7000만원 들었다. 그러나 재건축에 비해 공사 기간(1년2개월)을 단축했고, 면적도 10평 늘어나 재산 가치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주민 조성환씨는 “새 집으로 다시 들어올 때 과연 우리집이었는지 의심스러웠다.”면서 “면적이 10평 늘어나 아파트 재산 가치가 커진 데다 첨단 정보통신시설, 깨끗한 설비 시공으로 주민들이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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