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남편의 이해와 외조가 없었으면 해내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지난 17일 오후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전체 졸업생 2400명 가운데 3등의 성적으로 졸업장을 받은 정구자(58·여·의류업체 운영)씨의 얘기이다.

지금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전국에 60개 지점을 둔 ‘마드모아젤’ 의류업체의 어엿한 사장이지만 가난 때문에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한이 가슴속에 남아 있었다.

1999년 아줌마들이 많이 다닌다는 한림여자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평생 하고 싶었던 그림을 배우겠다며 미술공부를 시작했고, 결국 2002년 경기대 미술학부(한국화전공)에 8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정씨는 서울 집에서 새벽에 출발, 수원에 위치한 경기대에 매일 오전 6시30분쯤 도착해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두서너 시간 동안 공부를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정씨는 컴퓨터와 골프 등 교양 두 과목에서만 B플러스 받았을뿐 나머지 과목에서 모두 A학점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정씨가 학업을 이루기까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남편 김귀환(58)씨. 늦깎이 학업을 말없이 도와준 남편 김씨는 현재 서울시의원(시의회 한나라당 대표의원직)이다.

정씨는 “학업에 매달리느라 집안일을 돌보지 못했지만 뒤에서 말없이 지원해 준 남편에게 그 공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신장이 안 좋은데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은 본인의 노력의 결과일 뿐 나는 아내가 힘들어할 때 격려 해준 것밖에 없다.”고 공을 아내에게 돌렸다.

김 의원은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전자회의 시스템을 주도하는 등 활발한 의정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