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시장이 처음 선 것은 지난 1961년으로 알려져 그나마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향수 달래려는 어르신·알뜰주부들로 북새통
당시 평양이 고향인 한 예비역 육군대령이 재향군인들과 함께 지금의 모란장터(당시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 탄리)에서 하천 개간사업을 하면서 생필품조달과 생활여건을 만들려는 수단으로 장터를 조성한 것이 모란장의 시초라고 한다.
‘모란’이란 명칭도 모란봉에서 따와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성남시 수정구 수진2동 모란예식장 주변에 있었으나 1970∼1980년대에는 지금은 분당으로 이전한 성남시외버스터미널과 성남대로변에 형성됐다가 1990년대 초 지금의 수정구 성남동 대원천 복개지(3300여평)로 이전했다.
복개천 주차장부지로 평일에는 유료주차장으로 사용되다 장날이면 재래시장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4·9일 열리지만 개·닭 등 가축시장은 상설
끝자리가 4일과 9일인 날에 열리는 전형적인 5일장이지만 일반 재래시장과는 달리 개와 닭 오리 고양이 등 가축시장이 시장 외곽에 상설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시장에는 모두 950여명의 상인이 등록돼 있지만 소재파악이 안되는 떠돌이 상인까지 합치면 1600여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이곳 상인회의 추산이다. 장터입구에는 주로 농산물과 꽃집들이 자리잡고 있다. 또 애주가들을 위한 선술집은 초입에 있다. 닭똥집 등 포장마차 메뉴에서부터 개장국 칼국수 도토리묵 동동주 등 없는 것이 없다.
장날에는 어김없이 입구부터 가득메운 상인들과 주민들로 좀처럼 헤집고 나가기가 어렵다. 특히 주말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따라나선 아이들도 가세해 시장을 꼼꼼히 둘러보기가 쉽지 않다.
●다양한 먹을거리·구경거리
가격은 대채로 싼 편이다. 소주안주로 그만인 닭모래집은 한 포대에 3000원이고, 달랑 콩 한소쿠리 가지고 나온 할머니가 ‘몽땅 1000원’이라는 외침도 들을 수 있다. 소쿠리에는 집에서 낳은 강아지가 담겨 있기도 하고, 집에서 기른 대파나 양파, 호박 등을 한 소쿠리 이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재래시장이면 으레 자리잡고 있는 싸구려 의류시장도 줄지어 있다.
누더기를 걸치고 엿을 파는 각설이가 구수한 타령으로 어린이들을 불러모으고, 만평통치약이라는 굼벵이와 지네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약효야 어찌됐든 굼벵이는 1㎏에 10만원을 호가한다.
●애완견·개고기 장수 대조적
한쪽에서는 찌그러진 드럼통에 불을 피워 돼지고기와 생선, 메추리 등 재래시장 정취를 구워낸다. 곳곳에서 거리공연이 열려 광대들이 주민들 사이를 뛰어다니는가 하면, 이들을 뛰쫓는 개구장이들의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시장 북서편에는 장날마다 애완견시장이 열린다. 한쪽에서 개고기를 좌판에 널어놓고 파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중에선 20만∼30만원하는 푸들과 말티즈, 슈나우저 등을 4만∼5만원대에 살 수도 있다. 혈통을 보여주기 위해 어미를 같이 데리고 나온 상인들도 많다. 한때 중국산이 판친다는 지적이 많아 상인들이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인 발길 부쩍 늘어
사람이 많아 지방선거를 앞둔 요즘에는 정치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좀처럼 찾지 않던 현직 시장도,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도 부쩍 시장 출입이 잦아졌다. 보신원이 많다 보니 개고기 반대모임회원들의 반대시위도 열린다. 특히 올해는 개띠해로 시위가 잦지만 보신원 상인들은 꿈쩍도 않한다. 이래저래 모란시장은 볼거리가 많다. 매년 5월에는 민속축제도 열린다.
서울 잠실에서 분당행 116번,119번을 타면 된다. 전철분당선과 지하철 8호선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모란시장 바로옆 공터에 유료주차장도 있지만 30분당 1500원으로 비싼 편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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