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인력관리계획을 짜면서 직원들의 의견을 일일이 물었습니다. 직원은 일종의 내부 고객이지요. 당연히 그들의 생각이 우선돼야 합니다.”
중앙인사위원회가 인재조사 계약직을 채용하기 위한 면접시험장. 말끔한 옷차림의 30대가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면 50대가 대답한다. 응시자가 면접관에게 질문을 던지는 초유의 ‘거꾸로 면접’이 치러지는 현장이다.
●장·차관 발굴하는 인재조사직
인재조사직은 정무직 공무원 후보자를 관리하는 중앙인사위 인재조사담당관실 직책의 하나. 장·차관급 등 정무직 후보자를 발굴·분석하는 일을 한다. 자연히 장·차관급으로 발탁이 가능한 역량을 갖춘 인물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번 면접시험도 인재조사직이 갖춰야 하는 소양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 면접관들은 ▲면접 기술 ▲커뮤니케이션 및 설득 ▲피조사자의 역량 도출 ▲문제해결 ▲조직에 적응·화합할 수 있는지 등 다섯 가지 요소를 집중적으로 측정했다.
‘거꾸로 면접’에서는 응시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그대로 드러났다. 인재조사담당관실 조소연 담당관은 “A씨는 민간업체 관계자인 면접관의 고객지향성에 대한 생각을 물었고,B씨는 자신이 생각하는 고객지향성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유도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합격의 ‘영광’은 당연히 A 응시자에게 돌아갔는데,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면접 업무의 ‘금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계약직 선발권 부서에 넘겨야
응시자들에게는 가공인물의 자기소개서를 제시한 뒤 이를 토대로 그 사람의 역량을 분석하도록 하는 과제도 주어졌다. 역량 도출 및 문제해결 능력을 함께 평가하겠다는 뜻이다.
채용된 이후 기존의 조직에 얼마나 화합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해서 실제 사례도 물었다.‘지금까지 조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사람을 설명하라.’는 식이다. 과거의 행동은 미래에도 반복되기 마련이다.
최근 공직의 문호가 넓어졌다고는 해도 채용 주체가 여전히 각 부처의 인사과인 상황에서 이런 파격적인 선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특히 민간 전문가에게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는 계약직 직위는 부서장 주도로 직무 성격에 맞춰 선발 방식을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인재조사 계약직 공채에는 모두 17명이 지원해 5급 상당과 6급 상당이 1명씩 선발됐다.
5급 합격자는 민간 역량평가회사 간부 출신이고,6급 합격자는 인사관리 연구기관의 연구원 출신. 이들은 신원조회에서 문제가 없으면 5월1일부터 중앙인사위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