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김혜원(35) 학예연구사는 특이한 점이 많다. 중앙박물관의 유일한 미국교수 출신으로, 지난해 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옮기면서 신설된 아시아관의 중앙아시아실을 도맡아 연구·관리하고 있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동양미술사와 중국미술사로 석·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99년부터 강사를 시작,2001년 조지아대에서 미술사 조교수로 일했다.2002년 서울대로 돌아온 뒤 선임연구원을 맡아 한우물을 파던 중 2004년 우연한 기회에 중앙박물관 학예직 공고를 봤다. 중앙아시아실을 담당할 박사급 전문인력을 특채한다는 것.“그동안 주로 연구해온 불교미술이 인도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과 우리나라로 들어온 만큼 중앙아시아 미술사에 관심이 많았죠. 덕분에 학예연구사라는 새로운 일을 하게 됐습니다.”
좋은 대우에 존경받는 교수직을 마다하고 박물관에 왜 왔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미국에 6년 있었는데 전임교수가 돼 7년 더 있을 수 있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어요. 미술사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조건보다는 만족감과 자기개발이 더 중요했습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근무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국립박물관에서 학예직 공무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박물관이 연구기관인데도 행정기관과 같은 기능이 많아 놀랐습니다. 학예사들의 연구활동 지원은 그리 많지 않고, 본연의 역할 외에 행정적인 일과 사업계획 등 새로 배울 것이 많아 처음에는 적응하는 데 쉽지 않았죠.” 그러나 책에서만 보던 ‘오타니 컬렉션’등 중앙아시아 유물을 전시실에서 직접 보면서 더 많이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특히 지난해 박물관 재개관에 앞서 중앙아시아실을 새로 단장하면서 유물에 대한 애정과 함께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박물관 업무가 밖에서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많다.”면서 “연구기관이면서도 공무원 조직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이들 두 역할 사이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더욱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와 행정이 접목한 만큼 두 가지를 모두 전문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현재 큐레이터가 해야 하는 다양한 일들 중 전시디자인이나 유물 관리, 조명 등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동아시아실에 전시 중인 대표적인 유물인 벽화는 규모가 작고 모사본 위주라서 향후 수장고에 있는 대규모 벽화를 복원, 선보이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오는 8월에는 그동안 전시되지 않은 벽화 15점을 선보이는 소규모 특별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 배웠던 이론적인 지식과 박물관 현장을 잘 접목해 박물관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면서 “학문의 실용화를 위해 다양한 연구결과를 박물관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2006-4-24 0: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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