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등 가족들이 할머니를 돌보지만 24시간 쫓아다니기는 역부족이다. 연락처를 적은 팔찌를 착용했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 가면 무용지물이었다. 할아버지는 “밤마다 가족들이 할머니를 찾아 골목을 뒤지는 데 지쳤다.”고 한숨지었다.
오는 3월부터 박 할머니 가족도 한시름 놓게 됐다.16일 성북보건소와 고려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을 활용한 ‘치매환자 위치추적시스템’을 개발,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환자 쓰러지면 ‘응급상황´ 통보
추적시스템은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비슷한 원리다. 다만 치매 환자가 휴대전화 대신 위치추적 단말기를 착용한다. 보호자가 지정한 장소를 벗어나면 단말기가 작동하면서 경보음이 울린다. 그리고 환자의 정확한 위치가 보호자에게 전달된다. 필요하면 환자 사진과 인적·병력사항이 경찰서와 보건소에 전달된다. 경찰은 휴대용단말기(PDA)를 통해 환자의 인적사항과 위치를 확인, 쉽게 찾을 수 있다.
위치추적 단말기는 지금은 손바닥(5×10㎝)만 하지만,3월까지 손가락 2마디 크기로 축소할 계획이다. 경보음이 울리는 기준점은 집밖·경비실밖·아파트 단지밖 등 보호자가 임의로 설정할 수 있다.
단말기에 가속도 센서도 부착했다. 이 센서는 환자가 사고를 당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가 넘어지거나 쓰러지면 맥박 등 건강상태를 측정해 보호자와 의료기관에 응급 상황이라고 알려준다.
●중풍환자까지 점진 확대
위치시스템 대상자는 성북구 65세 이상 노인 3만 6056명 가운데 보건소가 관리하는 치매 환자 166명이다. 우선 박 할머니 등 치매환자 2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황원숙 성북보건소장은 “집을 잃고 헤매는 치매 어르신이 매년 3000명을 웃돈다.”면서 “추적시스템을 통해 어르신도, 가족도 편안하게 생활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적시스템을 개발한 고려대 의과대학 박길홍 교수는 “심장마비, 뇌졸중 등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처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서 “가속도 센서는 심혈관 질환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07-1-17 0:0:0 1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