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형과 함께 아이가 놀이터 바닥에서 놀고 있다. 강사와 아이가 거북이 놀이를 한다. 흙바닥을 기며 마냥 신난다. 지난 3일 미술놀이가 한창인 마포구 성산2동 주민센터 강당의 풍경이다. 장애아와 대학생 40여명이 한 데 어우러져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종이 반쪽에 물감을 묻혀 대칭 모양을 만들어내는 데칼코마니 작업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토요일은 장애아의 행복한 시간
8일 성산2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매주 토요일 ‘장애아동 휘북이 학교’가 열린다. 주민센터 주말 개방을 이용해 ‘마포 장애인 참교육 부모회’와 ‘사람연대’ 소속 명지대 자원봉사동아리, 장애아가 함께 만들어가는 특화 프로그램이다.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시작해 보다 많은 장애아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을 찾던 중 성산2동 주민센터와 연을 맺게 됐다.
지난 9월 첫문을 연 후 토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강당과 근처 놀이터에서 자원봉사자와 중증장애 아이들 24명과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1대1로 짝궁이 돼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로그램은 정신지체, 발달장애 등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사회화 훈련이 중심이다.
실내 프로그램은 발달장애를 돕도록 찰흙공예, 종이접기, 여러 가지 도구를 이용해 만들고 부수며 손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꾸몄다.
실외 프로그램은 주민센터 옆 놀이터에서 진행한다. 대학생 형, 누나들과 미끄럼틀, 그네 등을 타며 온몸을 이용하는 놀이문화를 경험한다.
마냥 신나는 아이들과 놀기 위해 대학생들은 인지발달 전문가에게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명지대 휘북이 동아리의 신동원(26·경영학과 4년) 회장은 “특별한 아이들과 만나기 위한 교육은 필수”라면서 “자칫 아이들과 부모가 만들어놓은 생활 습관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지도를 받지 않은 봉사자는 참가하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바람
휘북이 학교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만족도가 높다.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이 눈을 맞추고 프로그램을 잘 따라와주는 데 대한 고마움이 크다.
아이들이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인 탓에 한 순간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부모들은 이 시간에 여유를 찾을 수 있다.
마포 장애인 부모회의 서경주(40) 회장은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들도 많이 힘겨워한다.”면서 “자원봉사자들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신뢰감을 주고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있어 모두들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산2동의 김현기 팀장은 “동 주민센터 주말개방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마포 장애인 부모회와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적인 노력에 주민센터의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들 “이 같은 프로그램이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 회장은 “장애아들이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휘북이 학교가 다른 지역에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서 회장은 “장애인을 거부하는 기관이 많아 상처를 받는 부모와 아이들이 많다. 지역에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주변의 의지와 인식이 부족해 한 것이 문제”라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07-11-9 0: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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