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고랭지채소 주산지인 평창지역에는 출하를 맞은 배추와 무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마을에서 만난 농민들은 “묘종을 밭에 옮겨심을 때 중간상에게 밭떼기로 넘기는 ‘포전매매’를 하지 않고 직접 출하하는 재배농가(전체의 20∼30%)들은 생산을 포기한 상태”라고 전했다.
●출하하면 손실… 직거래 농가는 포기
일부 농가는 밭을 갈아엎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간상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지대가 낮아 일찍 출하해야 하는 평창 방림·대화면에서는 30여농가가 무·배추를 밭에 묵히고 있었다. 모두 35㏊에 이른다고 했다. 중간에 밭떼기로 채소를 산 중간상마저도 타산이 맞지 않아 출하를 포기하고 있다.
강원지역에서는 올해 8000여㏊에서 배추·무를 재배했다. 주산지는 여름이 시원한 고원지대인 평창·강릉·정선·태백이다. 농민들이 생산 과잉을 우려해 지난해 9230여㏊보다 재배 면적이 많이 줄었다.
농민들은 농약값, 운송료 등의 부담에고 불구, 이달 초까지 작황이 좋아 풍년을 예감했다.
지난해보다 재배 면적이 적지만 생산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악재들이 닥쳤다. 예년보다 20여일 일찍 온 고온다습한 폭염의 영향으로 배추속썩음병이 생기고 배추좀나방 등 해충 피해까지 확산되고 있다.
●소비 줄고 중국산에 밀려 파산 우려
강원도 유통원예과 최창환씨는 “이달 초까지 작황이 어느 해보다 좋아 생산량은 예년보다 5% 정도 늘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이달 중순부터 병충해가 돌면서 상품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평창군 횡계리 일대 10만여㎡(3만여평)에서 고랭지채소를 재배한 조수영(44)씨는 “생산 원가는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소비가 줄면서 가격이 폭락, 농민들은 파산 직전이다.”고 실정을 전했다.
특히 중국산 김치와 절임배추의 수입량이 최근 큰 폭으로 늘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22일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거래된 배추 가격은 10㎏(1자루)에 2478원으로 지난해 6805원의 3분의1 수준이다. 무는 18㎏(1자루)에 7420원으로 지난해 1만 70원에 못미친다.
●배추값 60%·무값 30% 이상 떨어져
농민 최돈욱(45)씨는 “산지에서 빠듯하게 생산 원가를 맞춘다 해도 출하 비용을 감안하면 적자가 발생해 출하는 엄두도 못낸다.”고 울상이었다.
출하비 증가는 가파르게 상승한 기름값이 가장 큰 원인. 평창에서 서울 가락동시장으로 채소를 내려면 출하비용만 5t트럭으로 예년엔 35만원이 들었지만 지금은 40만원을 훌쩍 넘겼다. 인건비, 포장 자재비, 위탁판매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
중간 상인들은 “가락동시장에 5t트럭으로 채소를 한차 실어내면 적어도 100만원은 받아야 하지만 현재는 80만∼90만원을 받는 데 그치고 있다.”면서 “채소를 싣고 시장으로 나가면 적자인데 누가 출하를 하겠냐.”고 반문했다. 직거래 농민들과 포전 매매상들이 출하를 포기하는 이유다.
●“지원 대책 서둘러 마련해야”
군부대와 김치공장에 납품하거나 포전매매로 중간상에게 일찍 넘긴 농가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가격이 폭락하기 전에 처분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나빠지자 저온 저장고에 저장했다가 가격이 회복되면 팔겠다는 농민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저장률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었지만 저장고 관리·유지비가 들어 이마저 만만찮다.
실정은 국내 최대 고랭지 생산지인 평창군 횡계와 강릉 왕산 대기리, 태백 매봉산·귀네미골, 정선 임계·예미 모두 비슷하다. 대관령원예조합 양범석 대리는 “농약·비료값, 운송료 인상 등으로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지원책 등 대책이 없으면 해결안이 없다.”고 말했다.
평창·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2008-7-24 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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