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멘토링 봉사단 멘토프로그램 새 방향 제시
#1.7년째 만성신부전증과 간암으로 병상에 누운 아버지와 사는 11살 경수(가명)군과 동생은 누나가 생겼다. 성적, 성격 모두 좋은 송현아(16·창덕여고 1)양에게 영어도 배우고 영화를 보거나 맛난 식사를 함께한다. 이제 아이들은 1년 전 생활고로 가출한 엄마 얘기도 스스럼없이 할 만큼 친해졌다.#2. 일본인 엄마를 둔 대호(9)군과 새로운 형인 대학원생 김복진(27·경희대)씨는 ‘6월의 멘토’로 선정될 정도로 열심이다. 이제는 대호뿐만 아니라 동생 헌호(8)까지 공부에 빠졌다. 어머니 아사히 히로코(38)씨는 “얼마전 넷째를 낳아 자녀 양육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구청 덕에 만난 멘토가 아이들을 잘 돌봐줘 너무 고맙다.”며 연신 감사의 말을 전했다.
4일 송파구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 44명과 저소득 가정의 초·중학생 40명을 연결해주며 시작한 ‘송파구멘토링봉사단’이 멘토-멘티 프로그램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마음을 나누는 아름다운 동행
송파구멘토링봉사단에는 조언자 ‘멘토’와 도움을 받는 ‘멘티’, 전문가 그룹으로 동반자 역할을 하는 ‘멘토팰로’까지 모두 2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멘토는 대학생·대학원생·지역 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이, 멘티는 한부모·다문화·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이 중심이다.
멘토와 멘티로 엮인 이들은 단순히 사제(師弟)의 연을 넘어서 가족의 정을 나눈다. 멘토인 임성수(16·가락고1)군과 어머니 강미정(43·송파동)씨, 멘티인 동현(14)군은 이미 한 가족이다. 낮시간에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동현군은 임군의 집에서 공부도 하고, 놀이도 배운다. 중학교 영어교사 출신인 강씨는 “동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뒷바라지를 할 계획”이라면서 체계적인 학습계획·관리는 물론 작가를 희망하는 동현이를 위한 독서교육까지 병행하고 있다.
최근 멘토링봉사단은 경기 안성시 너리굴 문화마을에서 25명의 멘토,42명의 멘티 등 80여명이 첫 캠프를 떠나며 활동 범위를 확대했다. 처음에는 쭈뼛거리던 아이들도 물놀이, 금속공방, 천연비누만들기 등을 하면서 가족 이상의 끈끈한 결속력을 다지기도 했다.
●멘토-멘티 500명 결연 목표
2000년대 초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멘토링 프로그램은 기업, 대학, 학원 등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 지금은 21세기 신개념 교육서비스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단순한 역할 놀이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멘토링봉사단에서 멘토-멘티 프로그램은 학습지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멘토와 함께 롯데월드나 잠실야구장, 연극 관람 등 다양한 외부활동도 하고 있다. 다른 멘토-멘티 프로그램은 20여만원에 이르는 활동지원금을 주기도 하지만 멘토링봉사단은 지역 내 기업의 후원으로 활동을 보조받고 있다.
최근 정치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멘토링봉사단의 순수한 의도가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멘토링봉사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복지정책과 박혜리 서비스연계팀장은 “앞으로 500여명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봉사활동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08-9-5 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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