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비리 척결… 국회통과 가능성 높아
김황식 감사원장은 지난 4일 열린 시무식에서 현재 국회에 제출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안(공공감사법)’이 연내에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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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감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인구·공무원 수 등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서 감사전담기구가 없는 지방자치단체는 2년 6개월 안에 감사전담기구, 예컨대 ‘감사과’를 만들어야 할 전망이다. 산하 기관들을 거느리고 있는 중앙 행정기관들도 법에 맞게 감사조직을 재구성해야 한다. 지방 토착비리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등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된 상태라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공공감사법은 중앙행정기관은 물론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독립적 자체 감사기구를 설치·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초 지자체 230개 중 49개(21.3%)만 감사전담기구가 있고 나머지는 다른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생계·주거 급여 10억원 횡령사례가 적발된 전남 해남군의 경우 기획홍보실에 소속된 6급 계장과 담당자 3명이 739명 직원에 대한 감사를 담당했다.
법이 통과되면 공공감사의 기본 체계를 규정한 법이 된다.
감사원이 제출한 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자체 감사기구가 감사원의 감사를 대행할 수도 있다. 감사원 감사가 실시된 사안은 자체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감사기구의 감사 내용은 해당 정부 부처를 통해 감사원에 통보된다. 감사기구의 감사계획, 감사결과, 이행내역 등을 담은 감사정보시스템의 운영방안도 마련된다. 감사원을 포함해 공공 부문의 감사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감사기구의 인적 구성도 엄격해진다. 감사기구의 장은 법이나 회계, 감사·수사 등의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며 개방형이나 공모직으로 운영된다. 지자체의 장이 일방적으로 임명할 수 없고 합의제 기구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최소 2년의 임기도 보장된다. 서울 관악구청에서 김효겸 전 구청장이 친척을 감사담당관에 임명, 갖은 비리를 저질렀던 것과 같은 잘못을 사전에 막자는 취지다. 감사 담당자도 순환보직 대신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임용 등에서 우대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마련된다.
이 법이 감사원의 권한을 확대하려는 시도라는 일부의 지적도 없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감사기구의 장을 임명할 때 감사원이 의견을 제출하도록 한 규정 등 감사원의 권한을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오해를 일으키는 규정들은 모두 없앴다. 또 감사원도 이 법의 적용을 받아 합의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종철 심의실장은 “이 법은 공공감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투자”라면서 “자체 감사기구의 효율적 감사로 예산 낭비를 막으면 이는 서민들의 복지 향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2010-01-08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