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토해양부와 서울 강동구 등에 따르면 현재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사전 환경성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과 충남 세종시를 연결하는 총연장 129㎞의 제2경부고속도로는 지난해 착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강동구 등 노선이 통과하는 지역에서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해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강동구 3.6㎞ 구간은 고속도로의 시발점이 되는 핵심 구간이다.
문제는 고속도로 건설 예정지 주변이 허허벌판이 아닌 아파트단지와 자연공원 등이 밀집한 도심지라는 데 있다. 때문에 국토부는 고속도로 건설에 따른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동구 전체 구간 중 고덕동 광문고 앞부터 길동 생태공원에 이르는 방아다리길 2.7㎞ 구간을 지하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강동구 관계자는 “지하 고속도로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그린벨트 등 공원지역은 생태 훼손 가능성이 높고, 주변 아파트단지는 진동·소음 등의 문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서 “지상 구간 역시 개발유보지가 상당수 포함돼 있어 개발이 본격화되면 동·서가 단절되는 현상도 빚어질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해 8월엔 강동구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은 의견수렴 차원에서 이뤄진 공청회 자체를 무산시킨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정부에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반대 의견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고속도로가 시내를 통과하지 않도록 우회하거나 아예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다른 강동구 관계자는 “(국토부 측이) 지하철 9호선 추가 연장과 지하 고속도로 건설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강동구와 이웃한 경기 성남시 주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국토부는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남한산성을 지나는 8㎞ 구간 역시 모두 지하화하겠다고 설득에 나서고 있다.
남한산성을 우회할 경우 도로가 심하게 휘어져 사고 위험성은 높아지고, 도로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이 지역 주민들도 지하수 고갈이나 동·식물 훼손 등을 이유로 고속도로 건설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강동구와 성남시 주민들을 설득해 최대한 빨리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국토부는 아직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설계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건설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설계도 제작이나 공사 일정을 구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장세훈 오상도기자 shjang@seoul.co.kr
2010-04-0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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