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탈북자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탈북자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할 경찰 인력은 제자리걸음이고, 전담부서조차 없는 실정이다. 일선에서는 체계적인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22일 경찰청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입국한 탈북자 누적인원은 2001년 1990명, 2003년 4409명, 2005년 7686명, 2007년 1만 2248명으로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1만 7134명에 이른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국내 입국 탈북자 누적 인원은 2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탈북자들을 보호·관리하는 보안경찰의 수는 지난 10년간 700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1년 보안경찰 1명당 탈북자 관리 인원은 2~3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3년 6명, 2005년 11명, 2007년 17명, 지난해 24명으로 1인당 관리인원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탈북자들에 대한 24시간 밀착관리는 고사하고, 개개인의 동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보안경찰의 업무는 탈북자 관리뿐만 아니라 간첩 색출 등의 방첩활동, 중요 좌익사범에 대한 수사, 경호활동 등 범위가 매우 넓다. 서울 강북의 한 탈북자 담당 경찰관은 “경찰이 탈북자 정착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 상황에서 방첩·기획수사까지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송경호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700명의 보안경찰로 2만명에 가까운 탈북자를 세세히 관리하기는 어렵다.”면서 “현재로서는 효율적인 관리기법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 선임연구관은 “탈북자는 보통 1년 정도 관리하다가 보호를 해제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주의 인물의 경우 3~5년까지 집중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별관리 대상자 10%를 추려 단계적으로 보호를 해제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파간첩을 판별하는 작업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북자는 최대 3개월인 합동심문 과정을 거쳐 ‘보호대상’ 판정을 받으면 입국 허가가 내려진다. 이들은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12주 동안 교육을 받은 뒤 곧바로 국내에 정착하게 된다. 통상적인 탈북자 심문기간은 1개월이지만 일주일 만에 심문을 끝내는 사례도 있다. 통일부는 “황장엽 암살조 검거를 계기로 최대 90일인 합동심문 기간을 180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0-04-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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