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누르면 “담배 끄세요” 알림음…금연정류장 지킬 아이디어 주인공
“금연 정류장입니다. 담배를 꺼 주세요.”이달부터 서울 구로구 일대 버스정류장에서 이러한 내용의 애교 섞인 아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이른바 ‘금연알림음’은 버스정류장이 흡연이 금지된 공공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우는 행동을 효과적으로 제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등장한 아이디어 행정이다.
아이디어의 주인공은 구로구 도로교통국 차량등록과 이희정(31·여) 주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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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도로교통국 이희정 주무관 |
●흡연자 면전서 얼굴 안 붉혀도 돼
현재 버스정류장은 금연장소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렸을 때만 과태료가 부과될 뿐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단은 없다.
이 주무관은 “사실 버스정류장이 금연장소인 줄 알지만, 담배를 피우는 이들에게 ‘꺼 주세요.’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고, 그냥 못 본 척 지나치기 일쑤”라면서 “금연알림음은 흡연자 면전에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인근에 설치된 벨을 누르면 메시지가 나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로구는 지난해 말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접수한 아이디어 제안을 심사한 결과 이 주무관의 금연알림음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사업이 어렵지 않고, 설치 비용도 개당 13만~14만원선으로 크게 들지 않는 데다 주민들을 간접흡연의 피해로부터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구는 이달 안으로 이용객이 가장 많은 경인로 주변 버스정류장 12곳에 금연알림음을 시범 설치한다.
●‘혁신 동아리’ 활동이 도움 줘
구는 또 시범 사업에서 효과가 입증될 경우 지역 내 일반 버스정류장 150곳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어 횡단보도 앞이나 공원 등 사람들이 몰리는 다른 공공장소에도 단계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이 주무관이 이러한 아이디어를 낸 배경에는 동아리 활동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 구로구에는 현재 소속 부서 단위로 이뤄진 7개의 창의혁신동아리가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행정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 주무관은 도로교통국 소속 직원 14명으로 구성된 ‘창조히어로’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주무관은 “틀에 박힌 업무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또 부서에서는 주로 듣는 입장인 반면 동아리에서는 말하는 입장인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010-06-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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