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위원장 재임기간 동안 권익위의 위상은 크게 올랐다. 친이(이명박)계의 대표 가운데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이 위원장의 말은 관가에서 ‘대통령의 의중’으로 여겨졌다. 그 때문에 각 부처는 사실상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익위의 ‘권고’들을 대부분 수용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위원장이 지난해 부임한 이후 9개월간 권익위의 민원 접수는 폭발적이었다. 지난해 현장상담건수는 1520건으로 전년(745건)보다 2배 이상 늘었으며, 올 1~4월까지 민원접수도 323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7%가 증가했다. 게다가 권익위에 따르면 시정 권고 누적수용률은 92.2%에 달한다. 넘치는 민원만큼 부처들에 돌아가는 시정권고와 부담도 잦았던 셈이다.
일부 부처들은 권익위가 이미 있는 제도조차 확인하지 않고 중복적으로 권고해 업무량이 폭증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조직, 인력에 있어 전문성이 결여된 부분을 발견해도 이 위원장이 있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일단 수용 검토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사회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권익위에 대한 불만은 전 부처 공통일 것”이라면서 “이 위원장이 가고 나면 권익위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 내부에서도 이 위원장이 정치권에 복귀할 경우 영향력이 축소 또는 유명무실화될까 고심하는 분위기가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2010-06-18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