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 개원식만 중계 “싸울 가능성 커 부담느꼈다”
울산시의회가 의원들의 의정활동 신뢰도를 높이겠다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한 ‘인터넷 생방송 시스템’을 사안에 따라 가동하지 않아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14일 울산시의회에 따르면 제5대 시의회 개원에 맞춰 그동안 녹화로만 방송했던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회의를 실시간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최근 5억원의 예산을 들여 인터넷 방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의회가 의원들의 생생한 의정활동을 실시간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해 의회에 대한 불신을 없애겠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한 것.
특히 시의회는 지난 13일 속개된 제3차 본회의에서 상임위원회 위원 선임안을 놓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과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 간의 몸싸움까지 벌였다. 일부 의원들은 몸싸움 도중 넘어지면서 옷까지 찢어졌다. 결국 몸싸움은 시의회가 회의 장면을 실시간으로 전하지 않은 이유를 잘 보여준 셈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원 구성과 관련해 여야 간 첨예한 대립과 심지어 몸싸움의 가능성이 큰 상태에서 본회의장의 모습을 인터넷으로 생방송하기에는 부담이 컸다.”면서 “다음 회기인 제130회 임시회부터는 정상적으로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회의를 인터넷으로 생방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5억원의 예산을 들여 인터넷 생방송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필요에 따라 가동하지 않는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울산시의회는 지난 13일 열린 제3차 본회의에서 한나라당과 민노당 시의원들이 맞서 몸싸움을 벌인 끝에 한나라당 소속의 박순환 의장이 의장석에 앉지 못한 채 교육위원회 구성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 민노당 소속 시의원들은 14일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시의원들의 상임위원회 날치기 구성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지난 13일의 상임위 구성은 성원 확인과 안건 상정, 반대의견, 표결절차 없이 진행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면서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과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한 폭거”라고 주장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2010-07-15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