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정권고 거부율15%… 지자체보다 3.3P↑
1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투자기관에 모두 92건의 시정권고를 통보했지만 14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수용률이 15.2%로 나타났다. 이는 중앙행정기관의 불수용률 1.6%나 지방자치단체의 불수용률 11.9%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이다.
기관별로는 국민연금공단이 3건의 시정권고 가운데 2건을 받아들이지 않아 불수용률 66.7%로 가장 높았다. 근로복지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각각 35.7%, 20.7%의 불수용률로 뒤를 이었다.
●공단, “법적 해결 방도 없어서…”
권익위는 최근 발간한 ‘2010 국민권익백서’를 통해 정부투자기관이 권익위의 시정권고를 다른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것은 ‘권익위의 권고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권익위의 시정권고는 행정이나 민원업무 등으로 불편 또는 피해를 입고 있으니 고쳐 달라는 일종의 행정행위다. 따라서 각급 공공기관은 국민 불편이나 고충사항을 덜어 주기 위해 시정권고를 내리는 권익위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각 공공기관은 권익위의 시정권고를 100%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불수용된 2건은 현행법상 해결이 불가능한 사안이지만 시정권고에 공감하고 있으며, 민원 해결을 위해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계류 중에 있다.”고 말했다. 형편이 어려워진 민원인이 국민연금을 60세 이전에 일시금으로 달라는 민원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산재보험을 취급하는 근로복지공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지만 심사, 재심사를 거듭해도 법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권익위, “공단은 소극적 자세 버려야”
하지만 권익위의 해석은 다르다. 권익위 관계자는 “대다수 기관이 민원인 입장에서 검토 후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고 있지만 불수용 건수가 많은 기관은 소극적인 자세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대부분이 생계형 고충민원이거나 민원인의 법률적 자구 능력이 부족해 권익침해가 발생한다는 것이 권익위의 해석이다.
그 예로 권익위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학생의 주거이전비 지급을 거부한 사례를 소개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3월 경기 용인시에서 자취하는 대학생이 도시계획시설 공사로 이사를 해야 했지만 대학생이라는 사유로 주거이전비를 보상받지 못했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시정권고했다.
하지만 공사 측은 자취생은 주거대책비 지급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을 들어 시정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세입자가 학생이더라도 독립적 생업을 유지했다면 사업시행자는 주거이전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앞으로 시정권고 불수용률이 높은 기관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의뢰하거나 기관장 방문 등을 통해 이행을 독려하는 등 적극 대처할 방침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2011-03-16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