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 항공마일리지 실태·과제
해외출장이 결정된 공무원이라면 반드시 선행해야 할 ‘공무’가 있다. 자신이 보유한 항공마일리지를 출장길에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해당 항공사에 확인하는 일이다. 적립된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을 얻을 수 있다면 출장비 가운데 항공운임은 자연히 차감된다.마일리지가 모자라는 경우에도 활용 불가능 사유가 명기된 증빙서류를 항공사로부터 받아 반드시 회계담당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번거롭다는 이유로 마일리지를 활용하지 않고 방치해 국고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조치다.
정부는 2006년 3월 ‘공무 마일리지제’ 지침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국내외 출장 등 공무상 발생한 항공마일리지를 개인이 공짜여행에 쓴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사적 이용을 금지하고 공무 출장에만 항공권을 구매하거나 좌석등급 업그레이드에 활용토록 했다. 출장을 다녀오면 14일 안에 반드시 신고도 해야 한다. ‘전자 인사관리시스템’(e사람)에 항공마일리지가 얼마나 새로 적립됐는지 등 변경사항을 전산입력해야 하는 것.
이 같은 관리체계 덕분에 최근 들어서는 그나마 속수무책으로 잠자던 마일리지의 활용도가 다소 높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경우는 지난 한해 동안 221만 4000마일이 적립된 가운데 40만여 마일로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 18.4%의 활용률을 보였다. 앞서 2009년에는 148만 8000마일 가운데 21만여 마일을 사용해 14.4%의 활용률을 기록했었다.
●항 공사들 ‘본인 사용 원칙’ 고수
그럼에도 막대한 항공마일리지를 제대로 써먹을 수 없는 한계는 여전하다. 개인적 사용이 금지된 데다 기관별로 마일리지를 합산해 불특정 소속 공무원의 항공권으로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일리지를 기관 단위로 모아 해당 부처 직원이면 누구나 공무 출장 때 쓸 수 있다면 국고 절약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본인 사용 원칙을 고수하며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강제 규정 없이 각 부처 자율로 운용되는 만큼 마일리지 사용 의지에 따라 활용도가 현격히 차이 난다. 행안부가 2006년 3월 1일부터 지난해 말까지 모은 전체 마일리지는 1019만 5327마일. 지금까지 총 62만 7710마일(6.16%)을 보너스 항공권 구입에 썼으나, 따져 보면 이는 불과 지난 2년간의 활용치다.
행안부 관계자는 “마일리지 소멸시한(10년)이 많이 남았다는 이유 등으로 한동안 활용이 저조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효율적 사용으로 국가예산을 아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몇년 전부터는 꾸준히 활용도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똑같은 활용기준이 적용되는 다른 부처들도 엇비슷하다.
●국가예산 절감 방안 마련 필요
한 공무원은 “예컨대 자신이 보유한 공무 마일리지를 개인 여행길에 쓴 다음 해당 금액을 소속기관에 납부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따로 상벌규정이 없는데, 그 번거로운 일을 누가 스스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11-05-02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