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벼농사가 풍작을 이루었지만 농심(農心)은 흉년이다.
호남평야를 끼고 있는 전북지역 농촌은 잦은 비와 태풍 피해에도 불구하고 4년 연속 풍년 농사를 일궈냈다. 도내 13만 696㏊에서 총 67만 4506t의 쌀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10a당 예상 생산량은 516㎏으로 지난해 515㎏을 약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8월 하순부터 날씨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생산비 작년보다 30% 올라”
그러나 풍년을 반겨야 할 농민들은 “쌀값이 떨어져 생산비도 건지기 어렵게 생겼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김제시와 익산시, 정읍시 등 호남평야 곳곳에서는 공공비축미 매입이 시작됐지만 농민들은 매입가가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우선지급금이 지난해와 같은 포대(40㎏)당 4만 7000원(벼 1등급 기준)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실제 매입가는 올 10~12월 산지 평균쌀값에 따라 내년 1월 확정된다. 농민들은 인건비와 농약대, 비료값, 유류비 등 생산비는 작년보다 20∼30% 치솟았지만 매입가는 제자리걸음이라며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산지 쌀값도 내림세를 보여 농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전북농협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 정곡 한 가마에 15만 2604원으로 평년보다 1.4% 낮다. 특히 올 6월 15만 4597원이던 쌀값은 7월 15만 4976원, 8월 15만 2869원, 9월 15만 2604원으로 내림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쌀값이 오를 기미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물가상승에 따른 도시민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9년 공공비축미를 저가로 대량 방출해 쌀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전북농민회는 “영농비는 계속 오르는데 산지 쌀값은 평년보다 오히려 낮아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공공비축미의 저가 방출이 농가소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쌀값을 더 하락시켜 농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내 농민단체들은 올해도 오는 10월 25일부터 각 시·군청에서 벼 야적투쟁을 펼칠 계획이다. 농민회 도연맹은 “정부의 비합리적인 정책이 농민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며 “시가를 기준으로 매입가를 산정해 생산비조차 보전해 주지 못하는 공공비축미제도를 농민과 정부, 소비자가 협의를 통해 매입가를 결정하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로 바꾸는 투쟁을 펼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벼농사를 둘러싸고 매년 반복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농업과 농촌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과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는 여론이 높다. 전북도의회 오은미 의원은 “정부의 땜질식 대책으로는 현재 쌀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국내에서 소비를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는 만큼 쌀 수급과 국제적 흐름, 농촌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예측해 중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2011-09-2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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