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높지만”… 수도권 ‘호응’ 지방 ‘냉랭’
‘정시 출근, 정시 퇴근.’ 올 한해 공무원들의 오랜 출퇴근 풍속도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유연근무제’가 한해 내내 공직사회의 주요 관심사였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 공식이었던 관가의 풍경은 곳곳에서 조금씩 달라졌다. 유연근무 신청으로 출근이 늦어진 직원을 기다렸다가 오전 회의를 오후로 돌리는 등 업무 관행을 바꾼 부서도 적지 않았다.전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된 것은 지난해 8월. 획일화된 공무원의 근무 형태를 다양화함으로써 공직 생산성과 사기를 높인다는 게 기본 취지였다.
행정안전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유연근무제를 택한 공무원은 전국 42개 기관, 14개 시·도 및 시·군·구에서 모두 7156명에 이른다. 전체 공무원 중에서는 아직 1.8% 정도인 수치지만 지난해 말 5972명에 그쳤던 데 비하면 반년 사이 20%가량 늘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연근무제 활성화에 앞장서 불을 댕기기도 했다. 지난 7월 말 박 장관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겠다며 유연근무제를 신청한 이후 재정부를 위시한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잇따른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 한동안 화제가 됐다.
반대 여론도 만만찮았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등 노동계의 반발이 특히 거셌다. “실제로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출근 시간을 당기는 근무 형태는 가뜩이나 야근이 잦은 공무원들의 근무 여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의 유연근무제 확대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제도상으로는 이처럼 다양한 근무 형태가 보장돼 있음에도 실제로 이를 십분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중앙부처 사무관은 “대면 보고 등이 일반화된 전통적 업무환경에서는 출퇴근 시간을 한두 시간 당기거나 늦추는 정도의 ‘시차 출퇴근’ 말고는 선택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대다수 공직자들은 “유수 민간기업들도 최근 여러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게 현실인 만큼 공직사회의 근무 패턴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서도 “보수적인 공직 문화가 바뀌지 않고서는 인사상 불이익이 걱정돼서라도 유연근무 확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중앙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인 지자체쪽 공무원들의 참여율은 훨씬 낮다. 지난 9월 현재 서울과 경기 지역 공무원들의 유연근무제 신청률은 각각 2.3%와 2.8%였던 것에 비해 전남(0.1%), 광주·경남(0.4%), 경북(0.05%) 등은 참여율이 극히 미미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행안부에서는 지자체 합동평가에서 유연근무제 활용 실적을 평가지표로 반영하는 등 제도 활성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행안부는 행정기관의 장이 유연근무를 신청한 공무원에 대해 보수나 승진, 근무성적평정 등에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11-12-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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