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위, 관세청 개정고시안 심사 2차례 보류
지역 균형 발전과 관광 활성화를 취지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이 표류하고 있다.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은 출국하는 외국인에 한해 이용할 수 있도록 공·항만 출국장 이외의 장소에 설치하는 보세 판매장이다.
|
관세청은 지난 3월 28일 외국인 관광객 쇼핑 편의 증진과 중소·국산 제품 판매 지원을 위해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 도입 등을 담은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를 개정, 예고했다.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과 지방공기업을 우대하는 취지에서 운영하되 서울, 부산, 제주 등 기존에 시내면세점이 있는 지역을 뺀 전국 10개 이하 도시에 설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규제위) 심사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시행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16일 관세청과 규제위에 따르면 고시 개정안은 관세청 자체 심의는 통과했으나, 총리실이 중요 규제 사안으로 판단해 규제위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규제위에 상정된 5월 이후 2차례나 심사가 보류된 가운데 두 기관의 극명한 시각차로 앞날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규제위는 외국인, 특히 최근 들어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면세점 확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외국인 전용의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존 시내면세점에서 운용의 묘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내국인 출입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역차별’도 우려한다. 서울과 부산, 제주를 제외하는 계획에 대해서도 “외국인 편의 증대가 목적이라면 실제로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총리실 규제개혁실 관계자는 “(위원들 사이에서)기존 시내면세점 업체들의 기득권 보호라는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규제위에서 개정 고시가 통과되지 않으면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 도입은 불가능해진다. 한창 준비작업을 해왔던 지자체와 중소기업들은 맥이 풀렸다.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과 함께 추진됐던 시내면세점의 국산품 매장 확대도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관세청은 전체 면적의 40% 또는 825㎡ 이상 의 국산품 매장 설치를 의무화하고 기존 시내면세점(10곳)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래저래 관세 행정에 대한 신뢰 저하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2012-09-17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