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구해도 문제이고, 그렇다고 출퇴근은 고단해 보이기 때문이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연내에 세종시 이사를 마치는 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6곳의 1급 공무원은 대략 35명 안팎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하는 고민은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나온다.
장ㆍ차관을 빼고 가장 높은 1급 보직은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지위가 불안정해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차관급 승진, 본부 1급 보직 유지ㆍ전보, 서울지역 기관 파견 근무, 퇴직 등 크게 네 가지가 가능해 보인다.
차관급으로 승진하면 관사를 이용할 수 있고 본부 1급 보직을 유지한다는 보장만 있다면 전월세 집을 적극적으로 구해보겠지만 그 밖의 경우 섣불리 집을 구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월세를 구해도 적어도 1년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 2월 말부터 세종시에 머물 이유가 없어진다면 재산상 손해를 포함한 복잡한 문제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예산과 법안 통과 등 국회 일정마저 늦춰지면 여의도 주변을 맴돌아야 하기에 세종시에서 일할 날도 그다지 많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사정 탓에 이사 시기는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1급들이 많다. 기획재정부는 물론 국토해양부 1급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1급 가운데 미리 집을 임대한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출퇴근하는 사례도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1급 A씨는 “아침에 일정이 있어 광화문 정부 중앙청사로 바로 출근할 때도 1시간30분 걸릴 때가 많다. 그조차도 힘든데 세종시로의 출근은 엄두가 안난다”며 “월세라도 구해야 하는데 리스크가 있다”고 토로했다.
불확실성 탓에 일찌감치 현재 집에서 출퇴근하기로 마음먹은 이들도 있다.
C씨는 “일단 출퇴근하면서 상황을 보겠다”고 말했다.
1급 중에는 좋은 기회를 양보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LH 공공임대주택 등을 놓고 실시한 부처의 월세 희망자 모집에 신청했으나 부하 직원 1~2명과 한 지붕 아래 살아야 하는 ‘불편한’ 상황 때문에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사 시기가 임박하자 월세 오피스텔을 알아보러 세종시 주변에 다녀와야겠다는 1급들도 나오고 있다. D씨는 “관사가 있으면 좋은데 그게 없고 후배한테 얹혀사는 것도 민폐여서 일단 내려가 집을 구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공정위 상임위원은 임기가 3년으로 정해져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첫번째로 이사를 시작한 총리실은 집을 구한 1급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에 일할 기간이 길지 않을 고참 국장급들도 집을 사기보다는 전월세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친한 국장들끼리 아파트 하나를 빌려 공유하는 사례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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