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천시에 따르면 관내 모범음식점 100곳을 조사한 결과 고깃집과 중국집 등 23곳에서 이천 쌀이 아닌 다른 지역 쌀을 사용하고 있다. 이천의 한 음식점 주인은 “모범음식점만 따져서 그렇지 일반 음식점까지 조사하면 이천 쌀을 안 쓰는 곳이 부지기수”라고 귀띔했다. 이천 쌀이 본고장에서조차 외면받는 것은 80㎏짜리 한 가마니에 25만 2000원으로 17만원 하는 다른 지역 쌀보다 평균 8만원 정도 비싸기 때문이다. 이천의 영세한 음식점들이 지역 쌀을 선뜻 살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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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는 쌀 생산비가 많이 들어 비싸다고 주장한다. 시와 농협은 8716㏊에서 이천쌀을 재배하면서 쌀겨, 볏짚, 액비 농법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질소비료 사용 최소화 등 품질관리에 철저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쌀 산지의 눈길이 곱지 않다. 충남 당진시 신평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관계자는 “친환경 쌀겨농법으로 짓는 쌀이 생산비가 더 들 수는 있지만 80㎏ 한 가마에 8만원이 비싼 것은 생산비보다 브랜드 파워에 기댄 면이 더 크다”고 꼬집었다. 충남 당진은 ‘해나루’ 등 쌀을 생산하면서 볏짚을 쓰고 있고, 일부 농가에서는 액비도 사용한다. 이 관계자는 “이천 쌀이 쌀겨 등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이천의 전 농가들이 이를 모두 따르도록 자치단체나 농협에서 통제하기는 불가능하다”며 “동종의 솥에 같은 방법으로 밥을 지어놓으면 이천 쌀인지, 당진 쌀인지 밥맛을 분간할 수 없다. 쌀겨농법으로 길렀다고 소비자가 더 쳐주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2010년부터 2년 연속 전국 12대 브랜드쌀에 든 전남 무안 황토랑 쌀 법인 김경무(41) 상무는 “2년 전 매스컴에서 전라도 벼가 올라가 도정만 하고 이천쌀로 둔갑, 판매된다고 지적했었다”면서 “지금은 어느 곳이나 쌀 농법이 비슷하다. 임금님 밥상에 올랐다는 소비자 인식을 이용해 이천 쌀 값을 너무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천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2013-01-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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