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추경 사업 살펴보니
국회예산정책처가 정부에서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세부사업 4건 가운데 1건꼴로 ‘연내 집행 불가’ 등을 이유로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내렸다. 연내 집행 가능성을 추경의 중요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재정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예산정책처는 세수 추계의 정확성을 높이려면 국세 정보의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공개 시차도 단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별 세입 동향의 공개 시차가 50일 이상인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한국과 캐나다, 핀란드뿐이라며 정보 공개의 ‘적시성’을 강조했다. 또 미국 연방의회예산국(CBO)이 미 국세청(IRS)에서 매년 발간하는 소득신고통계와 인구통계를 결합해 세수 추계 및 정책에 활용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국세 정보는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국세통계연보의 경우 납세자 전체의 평균치를 알려 줄 뿐 개인이나 가구별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회에 대해서는 예산안 심사가 세출 심사와 더불어 세입 예산안에도 관심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산정책처는 “과거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따른 세입 증가로 세입 부족 우려가 크지 않아 세입 예산안 규모에 대한 심의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세수 증가율이 상당히 둔화됐고, 인구 고령화로 성장 잠재력이 둔화됨에 따라 세입이 세출을 제약할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고도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145개 추경 세부사업 가운데 14개 부처 36건의 사업에서 45건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유형별로는 연내 집행 가능성 부족 16건, 사업계획 및 사전 절차 이행 미흡 16건, 실질적 사업 효과 불확실 3건, 기타 10건 등이다.
연내 집행 가능성이 적은 사업으로는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예방관리사업 등을 꼽았다. 복지부는 항바이러스제 리렌자의 구매비로 300만명분 555억원을 책정했지만, 실제로는 내년에 필요한 약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정책처는 “리렌자는 구매 계약부터 생산까지 1~2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2016년 하반기에 필요한 치료제를 올해 계약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SOC)사업도 연내 집행 가능성이 적다는 진단을 받았다. 별내선(암사~별내)과 하남선(5호선 연장), 진접선(당고개~진접) 복선전철 등 광역철도건설사업은 상반기 집행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였다. 또 평화의 댐과 운문댐 치수능력 증대, 단양수중보 건설 등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책정한 추경안도 우기와 동절기 등으로 공사가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연내 예산집행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고용노동부의 취업 성공 패키지 지원사업은 지금까지 실적으로 봤을 때 6만명을 추가로 지원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여 추경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예산정책처는 계획이 부족한 사업도 지적했다. 예컨대 해양수산부가 크루즈 외국인 관광객 유치 지원을 위해 15억원을 책정한 것과 관련, “이미 2014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크루즈 관광 활성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문체부 사업과 일부 중복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감염병 관리시설 및 장비 확충을 위해 책정한 1400억여원은 “대략의 장비와 지원 대상만 결정됐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병원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4000억원이 책정된 의료기관 융자사업 역시 융자 신청기관이나 심사기준, 지원 규모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5-07-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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