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인생 내려놓기’ 종로 웰다잉 교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조용하던 양로원에 신나는 노랫소리가 퍼졌다. 서로 짝을 지어 손뼉을 치는 노인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지난 15일 종로구 구기동 청운양로원에선 특별한 교육이 열렸다. 주제는 ‘웰다잉’. ‘100세 시대’를 맞아 행복한 노후와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기 위해 구가 2014년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죽음의 조건·진정한 유산 등 강연
종로의 웰다잉 교육에는 요즘 흔히 회자되는 입관 체험이나 유서 쓰기는 빠져 있다. 젊은이가 아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자연스러운 교육방식을 택했다.
●효원납골공원 찾아 인식 전환
노인들은 때로는 함께 소리 내 글을 읽고 때로는 웃고 끄덕이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내려놓았다. ‘무엇을 남길까’ 코너에서는 자신의 손을 종이에 대고 그린 뒤 하고 싶은 일과 남기고 싶은 말을 적었다. 누군가는 자주 만나지 못한 형제·자매를, 누군가는 자식들에게 남겨 줄 자서전을 떠올렸다. 노인들은 평생 애써 온 자신의 손을 쓰다듬으며 “고생했다 내 손, 사랑한다 내 손”을 외쳤다. 가족들을 건사하느라 매니큐어 한번 발라 보지 못했던 손을, 그림으로나마 색색의 사인펜으로 곱게 칠했다.
●자서전·장수 사진 촬영 등 지원도
오후엔 특별한 소풍을 떠났다. 경기 화성시에 있는 ‘효원 납골공원’을 찾은 것이다. 납골당·묘지 투어는 이승을 떠나 머물 곳을 미리 살펴본다는 취지로, 장수국가인 일본에서도 최근 인기다. 노인들은 그곳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닌 ‘준비된 죽음’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했다.
하루 동안의 교육이었지만 교육 전과 후, 노인들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무현(77·여)씨는 “나이가 드니 무기력감과 외로움에 시달렸는데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게 됐다”면서 “강의 내용처럼 애벌레의 몸을 벗고 나비가 돼 날아갈 수 있도록 여생을 잘 살고, 잘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구는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 웰다잉 프로그램 외에도 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매년 자서전 만들기, 장수사진 촬영 등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6-04-19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