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환자 수 3주 새 6배 ‘껑충’
올겨울 6년 만의 대유행 불구질병관리본부 “저절로 낫는다”
접종률 19%로 유아의 4분의1
접종유도 예산·시스템도 없어 지난해 ‘독감대란’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했지만 정부는 ‘학생들은 건강하니 저절로 낫는다’며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6년 만에 가장 심각한 유행을 경험하고도 학생들의 독감 접종을 유도할 수 있는 별도의 예산이나 시스템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독감 의심환자 수는 지난해 12월 3일 외래환자 1000명당 13.5명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유행기준(8.9명)을 넘어섰다. 같은 달 24일에는 86.2명으로 불과 3주 만에 의심환자 수가 6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특히 환자는 초·중·고교 등 학교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달 10일 초·중·고교 학생 연령대인 7~18세 의심환자는 108명, 17일 153명으로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의 낮은 예방접종률 때문이다. 2015년 질병관리본부 분석 결과 15~18세 독감 예방접종률은 19.8%에 그쳤다. 12~14세는 42.1%, 6~11세는 56.2%다. 당시 1~5세 예방접종률은 76.7%였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예방접종률은 11월에 이미 82%(569만명)에 도달해 접종 목표를 99.8% 달성했다. 65세 이상 노인은 접종비가 무료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5~18세 청소년과 비교해 격차가 60% 포인트 이상 벌어진다.
그러나 청소년 예방접종률을 높이려는 노력은 없었다. 지난해 12월 8일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청소년과 성인도 예방접종을 받으면 학습·직무공백을 방지할 수 있으니 자율적으로 예방접종을 받으면 된다”고만 밝혔다.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방학을 맞은 1월 들어 환자 수가 급감하자 뒤늦게 “지금이라도 청소년은 예방접종을 받는 게 좋다”고 권장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7-02-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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