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2017년 1월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야생 조류 집단폐사 32건(633마리)을 분석한 결과 87.5%인 28건(566마리)에서 농약 성분 14종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야생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지난 21일 충남 아산시에서 발생한 야생 오리 집단폐사 사체(22마리)에선 치사량의 45배가 넘는 농약 성분(벤퓨라캅·카보퓨란)이 나왔다. 이 사체 주변에선 일부러 뿌린 것으로 추정되는 볍씨에서 카보퓨란이 1㎏당 924.1㎎이 검출됐다. 이는 치사량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영국곡물생산협회(BCPC)에 따르면 메추라기 기준 치사량은 곡물 1㎏당 2.5~5.0㎎이다.
농약 성분이 나오지 않은 4건의 폐사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아사·사고사 등 일반적인 죽음으로 추정했다. 위 4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조류 사체 위에서 농약이 묻은 볍씨가 발견됐다. 정원화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고의로 야생 조류를 죽이고자 농약이 묻은 볍씨를 살포하는 건 ‘야생생물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18-01-3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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