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통행료 33% 인하
요금은 줄고 기간은 20년 더 늘어정부 1조원대 재정 부담 사라져
“초과 수입 통행료 인하에 활용”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민자구간(일산~퇴계원 간 36.3㎞) 통행료가 오는 29일부터 최대 33% 내린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승용차의 경우 4800원에서 3200원으로 1600원 내리고 대형화물차는 6700원에서 4600원으로 2100원 부담을 던다. 2006년 6월 개통한 지 12년 만이며, 2015년 12월 통행료 인하를 요구하는 경기북부 주민 216만명의 서명부가 국토부에 접수된 지 2년 3개월여 만이다. 국토부는 이번 결정으로 승용차를 이용해 이 구간을 매일 왕복 운행하는 경우 연간 75만원(연간 근무일 수 235일 기준)의 통행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변경안을 분석해 보면 통행료 인하로 ‘가장 큰 이익을 거둔 측은 정부이며, 시민은 손해’로 나온다. 통행료를 낮추는 대신 징수기간을 30년에서 50년으로 20년 연장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현재 징수기간이 18년 남았다. 매일 이 구간을 9600원(편도 4800원)씩 내고 18년간 왕복 운행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총통행료는 6307만원이다. 할인요금 6400원(편도 3200원)을 내고 38년간 왕복 운행할 경우 총통행료는 8876만원이다. 인하 후 요금이 오히려 2569만원 더 많다. 이번 변경안이 ‘후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정부는 운영업체와 실시협약을 변경해 막대한 재정을 절감하게 됐다. 우선 통행료 수입이 추정치의 90%에 미달하면 그 차액을 매년 보전해 주던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규정이 없어져 앞으로 860억원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운영업체가 통행료를 올리지 않는 대가로 지원하는 1조 3320억원도 아끼게 됐다. 연리 2.74%의 투자수익을 보장받는 민간투자업체도 징수 기간 연장으로 매년 631억원씩 모두 1조 2620억원을 안정적으로 받게 됐다.
김형오 대한민국옴부즈맨총연맹 상임대표는 “이번 통행료 조정은 정부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기존 투자자 이익을 늘려 주고 시민 부담은 오히려 키우는 방식”이라며 “시민에 대한 눈속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20년 추가 연장 기간 통행료가 낮아지는 등의 이유로 차량 통행이 늘어남에 따라 예상 운영 수입이 4조 9649억원이 될 것”이라며 “보장 기준액(4조 4348억원)을 초과해 돌려받는 약 5300억원을 통행료 인하에 활용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