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통계의 왜곡
실제 아동학대 친부모가 77%언론 ‘계모 사건’ 등 편견 조장
가족 구성원 스트레스만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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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가 아동학대 사례를 분석한 결과 친부모가 가해자인 비율이 76.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여전히 계부모, 양부모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사례가 많다. 사진은 지난 1월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에서 세 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엄마 정모씨가 현장검증을 마치고 돌아가는 모습. 연합뉴스 |
국회입법조사처가 21일 중앙아동보호기관의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2~2016년 아동학대 가해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모’로 81.3%나 됐다. 보다 구체적으로 부모와 아동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친부는 44.7%, 친모는 32.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계모(2.2%), 계부(1.8%), 양부·양모(각 0.2%)에 의한 학대 사례는 극소수였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 ‘콩쥐팥쥐전’이나 동화 ‘신데렐라’의 악독하고 표독스러운 계모를 떠올리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학대받는 콩쥐가 극소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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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식이 강해지면서 실제 재혼가정 구성원들은 위화감과 가족생활의 불안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3년 전 재혼한 이모(38·여)씨는 “계모 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내가 아이를 학대한다고 오해하면 어쩌나’라는 생각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늘 당당하게 나서려고 하지만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분들 때문에 주눅이 들 때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박 조사관은 “계부모 강조는 가족 다양화 시대에 혈연 중심의 ‘정상가정 이데올로기’를 재강화하는 역기능을 초래한다”며 “정부, 공공기관, 특히 미디어에서 계부모, 양부모 등의 용어 대신 부모라는 용어로 통칭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8-05-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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