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재산피해·신분도용 우려”…가정·이성 친구 폭력 피해 34%
#1.지난해 12월 28살 여성 A씨는 검찰수사관을 사칭한 사기범의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신청인의 명의가 도용돼 금융거래에 불법적으로 사용된 혐의가 있으니 수사에 협조하라”고 말했다. A씨는 허위로 만들어진 법무부 사이트에 접속해 주민등록번호와 인터넷 뱅킹 관련 정보를 입력했다. 사기범은 A씨가 입력한 인터넷뱅킹 정보를 토대로 계좌에서 9억여원을 편취했다.#2.데이트폭력 피해자 B씨는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했다가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렸다. 20일간 감금을 당하기도 했다. 남자친구는 B씨뿐 아니라 어머니, 동생, 조카 등의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다고 협박했다. 앞으로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돼 경찰신변보호심사위원회는 B씨에게 위치 확인 장치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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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으로 재산상 피해를 봤거나, 신분 도용의 우려가 있어 변경을 신청한 건수가 312건(65.5%)으로 가장 많았다. 아파트 월세 세입자가 집주인인 C씨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허위 전세계약서를 제3자와 공모해 작성한 사례도 있었다. 세입자는 이를 이용해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는 등 C씨에게 재산상의 피해를 줬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피해자의 명의가 도용된 일도 있었다. 피해자는 실제 근무하지도 않은 업체에서 노임을 받은 것으로 인정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을 박탈당했다.
가정폭력, 데이트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보복이 두려워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요청한 것도 164건(34.5%)이나 됐다. 신청인 D씨는 가해자로부터 취업을 미끼로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개인정보를 요구받았다. 이 과정에서 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겼다. 출장을 가야 한다고 속이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두 차례 강제 추행을 당하기도 했다. 가정폭력·도박을 이유로 합의 이혼을 했지만, 전남편이 지속적인 폭력과 협박을 행사하자 주민등록번호를 바꿔 달라고 신청한 사례도 있다.
위원회는 주민등록번호 변경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비슷한 유형의 피해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올 하반기까지 피해 유형별 사례집도 만들어 배포한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18-06-01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