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영역 싸고 갑론을박
요즘 경제 부처에서 ‘박영선 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실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의욕적인 행보가 타 부처와 업무 영역을 놓고 갈등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지요.현재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이 특정 업무를 둘러싸고 중기부와 ‘갑론을박’을 하고 있습니다. 산업부 산하의 청에서 출발해 부처로 승격한 중기부가 산업부와 드러내놓고 싸우는 모양새도 그렇지만 다른 여러 부처와 동시다발적으로 각을 세우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관가에서는 뒷말이 나옵니다.
우선 중기부는 스마트공장 조성과 스마트 산업단지를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지요. 산업부는 산업단지의 스마트화는 산업단지 소관인 산업부가 전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중기부는 스마트공장의 보급 및 확산은 중기부가 주관부처라고 맞서고 있지요. 스마트공장을 위한 빅데이터 센터 구축도 과기부와 업무 충돌을 빚고 있지요. 박 장관은 지난 6월 “스마트공장에서 나온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센터를 반드시 만들고 싶다”며 중소벤처 전용 데이터센터 건립 추진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과기부에서 이미 데이터의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를 출범시키고, 다른 부처와 공공기관 기업들과 협력해 데이터강국을 만들겠다고 나선 상황입니다. 과기부 관계자는 “빅데이터 플랫폼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입니다. 굳이 중기부가 별도로 빅데이터 센터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죠.
중기부는 한발 더 나아가 금융업무까지 챙기겠다고 나서 금융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금융위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등도 중소기업 지원업무를 하는 만큼 중기부로 이관하라고 거지요. 하지만 박 장관은 이에 대해 “기업은행의 중기부로 이관을 주장한 적 없다”고 말했습니다.
관가에서는 “박 장관이 ‘중소기업 글자만 나와도 그 업무는 중기부가 해야 한다’고 나서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산업 육성이라는 큰 틀에서 업무를 보지 않고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지요. 하지만 “아이디어가 많은 박 장관의 행보를 무조건 부처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문제”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여러 부처와 업무가 겹치지만 그동안 하급기관으로 ‘하대’ 받던 중기부의 위상을 바로 세우려는 데서 나온 불가피한 진통이라는 겁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2019-08-07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