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지역공동체 힘 모아 상권 확대
1년 새 가게 3배 늘고 하루 3000명 방문市 최초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제정 3일 부산 해운대구 옛 동해남부선 해운대역 뒤편에 자리한 해리단길. 폐선 철로부지 뒤로 형성된 2만여㎡ 넓이의 마을 곳곳에는 알록달록한 카페와 피자가게, 중식당, 일식당, 동남아식당, 소품가게 등 아기자기한 형태의 젊고 감각적인 가게 60여곳이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있다. 인근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해운대와 대조적이어서 부산 골목길의 오밀조밀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해리단길은 옛 해운대역 뒤에 있어 해운대 중심과는 철길로 단절됐던 골목 마을이다. 2013년 옛 동해남부선 해운대 구간 철길이 폐쇄되면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서울의 경리단길, 경주 황리단길을 본떠 해운대의 ‘해’ 자를 붙여 명명했다.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구남로보다 임대료가 저렴해 20~40대층의 자영업자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해리단길은 해운대구가 지역공동체와 함께 조성했다. 해운대해수욕장을 비롯한 인근 마린시티의 화려한 도시적 이미지와 달리 옛 해운대 역사 뒷골목의 낡고 허름한 주택가를 지역공동체가 단장해 카페, 맛집, 책방 등 상권을 확대시켰다. 2018년 21개에 불과했던 가게들이 1년여 만인 올해 61곳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평일 기준 하루 평균 3000여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소규모의 단독주택이나 허름한 빌라 1층 등을 젊은 취향에 맞게 리모델링한 점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만난 박명혜(40)씨는 “맛과 분위기도 뛰어나지만, 음식값이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 가게들보다 저렴해 친구들과 자주 온다”고 말했다.
행정주소는 해운대구 우 1동 22~23통이다. 하지만 최근 인근 지역으로 가게가 들어서면서 해리단길이 계속 뻗어나가고 있다. 해운대구는 이 골목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부산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하고 임대인, 임차인, 해리단길발전협의회와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송명성 해운대구 경제진흥 팀장은 “최근 20~40대 자영업자들이 해리단길에 둥지를 트면서 해리단길이 계속 확장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해운대 해리단길은 최근 행정안전부의 지역골목상권 조성 사례발표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부산발전연구원이 선정한 ‘부산 10대 히트 상품’에도 뽑혔다.
글 사진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2019-12-04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