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도 뉴노멀 시대… 코로나가 뒤엎어 놓은 피서지 풍경
혼잡도 안내 앱·발열 체크 밴드 등장“사먹기 무섭다”… 주변 음식점 썰렁
실내 샤워장은 간격 띄워 놔도 기피
물 안 들어가고 구경만 하다 가기도 코로나19로 해수욕장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입구의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이 됐고 해수욕장의 혼잡도를 알려 주는 ‘앱’뿐 아니라 ‘샤워장 등 전자출입명부(QR코드) 도입’, ‘백사장만 걷기’, ‘도시락 싸오기’ 등 새로운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8일 대천해수욕장에서 만난 충남 보령시 관계자는 “발열 체크로 차가 1㎞ 이상 밀려도 피서객들은 특별한 항의 없이 참고 기다린다”면서 “피서객 대부분 코로나19를 무척 조심하는 눈치”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최근 해운대 사건처럼 우리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들을 계도하기 위해 영어가 가능한 아르바이트생을 두 배로 늘렸다”고 덧붙였다. 시는 발열 체크 ‘OK’ 손목밴드를 기존 파랑뿐 아니라 빨강과 노랑, 초록 등 네 가지로 매일 달리 제공해 장기 체류 피서객도 매일 체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수칙을 지키기 쉽지 않은 모래사장에서는 조심하는 분위기가 더욱 역력하다. 신형철 태안군 관광마케팅팀장은 “타인과 뒤섞여야 하는 식당에 안 가려고 음식을 싸오는 피서객이 크게 늘었으며 해수욕장 캠핑장에서 직접 해먹는 피서객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 배달도 성행이다. 울산 진하해수욕장을 찾은 김모(42)씨는 “코로나 때문에 횟집 같은 데서 밥 사먹기가 무섭다”면서 “포장 음식이나 통닭 등을 주문한다”고 했다. 배달 음식이 금지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도 도시락을 싸와 먹는 피서객이 많이 보였다. 보령시는 600개 해수욕장 주변 음식점에 ‘안심업소’라고 쓴 팻말을 붙여 피서객을 유혹하지만 상인들은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고 볼멘소리다.
또 예년과 달리 실내보다 야외 샤워장을 선호하거나 아예 씻지 않고 가는 피서객도 있다고 한다. 신 팀장은 “만리포 등 해수욕장에 실내외 샤워장이 있지만 빈 음료수병에 물을 담아 대충 씻고 귀가하는 피서객도 꽤 있다”고 말했다. 울산 등 동해안 해수욕장에서는 실내 샤워장 대신 야외 샤워장이 인기다. 해운대 등 많은 해수욕장이 코로나19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샤워 부스 간격을 벌리고 주기적으로 환기하지만 피서객의 걱정은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보령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2020-07-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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