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소방서,상인들은 소방원
약 두달 전의 일이다.“불이야!”시장 인근에 있는 주택가 지물포에 불이 났다.쌓여있던 시너통이 ‘펑’소리를 내며 터져 진화가 늦었으면 큰 불로 번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119에 신고했지만,소방차보다 먼저 달려온 것은 면목시장 상인들이었다.상인들은 침착하게 시장 곳곳에 설치 되어있는 소화전에서 호스를 끌어와 불을 끄기 시작했고,소방차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큰 불이 진화된 상태였다.
면목시장 상우회장 구안회(61)씨는 “시장은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소화전을 지상으로 설치하는 등 안전시설을 철저하게 한 덕분에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화재감지장치,비상벨을 설치했고 매월 상인들이 소방훈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가 내린 18일 오후 5시 서울 중랑구 면목… 비가 내린 18일 오후 5시 서울 중랑구 면목시장 밖은 어두컴컴했지만 내부는 20m 간격으로 조명등이 설치돼 있어 환하다.상우회장 구안회(아래)씨가 40m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는 소화전을 가리키고 있다. |
면목시장의 안전제일주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시장 전체를 볼 수 있는 CCTV가 11개나 설치돼 있어 도난이나 강·절도 등 범죄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도난이 발생했을 때 현장을 확인해 범인을 잡기도 하고,길 잃은 아이를 엄마 품으로 돌려주기도 합니다.”상인연합 상무 전진홍(48)씨는 가끔 아이를 잃어버린 어머니가 관리실로 찾아와 CCTV화면으로 아이를 찾고 방송도 한다고 말했다.
●신뢰 쌓여 매상도 올라
CCTV는 낮뿐만 아니라 상점들이 문을 닫는 밤에도 계속 녹화돼 주민들의 ‘보디가드’역할을 하고 있다.인근 주택가에 사는 정옥자(48·여)씨는 “아이들에게 밤에 집에 올 때 다른 길보다는 시장길로 오라고 한다.”며 “CCTV도 설치돼 있고 가로등도 환해 시장길로 다니는 게 한결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인근에 아이들 놀이터도 있어 보안등은 20m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
시장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쌓이면서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얼마전 면목동으로 이사를 왔다는 김미연(33·여)씨는 “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갈 만한 재래시장이 없어 아쉬웠는데,여기는 깔끔하고 동네 사람들의 평도 좋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상우회장 구씨는 “화려한 경품 이벤트나 할인행사는 일시적으로 판매효과를 높일 수 있겠지만,꾸준하게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