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의 또 다른 부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승민의 경기를 응원하다 목까지 쉰 서울 양천구탁구연합회 박미라 회장은 이번이 엘리트 탁구는 물론 생활체육 탁구도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1년 기다려야 회원가입
박 회장은 양천구민체육센터에서 탁구교실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지난 1973년 ‘사라예보의 기적’을 이뤄낸 박 회장이 직접 가르치는 곳이다 보니 회원도 거의 400명에 이를 정도로 많다.그런데 문제는 한 번 들어온 회원은 좀체 나가지 않는다는 것.
최고령 회원으로 최상급반인 ‘연수1반’에서 활동하는 이선례(68·여)씨는 “박 선생님을 10년 이상 따라다닌 애제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며 “탁구 교실에 들어오려면 신청 후 1년 정도 기다리는 것은 예사”라고 말했다.그만큼 회원들끼리는 물론 선생님과도 정이 돈독하다는 의미다.이씨처럼 10년 넘게 박 회장을 따라다니는 회원들이 10여명이 되다보니 최상급반에는 60세를 훌쩍 넘긴 ‘할머니’들이 여럿이다.
“아들 장가 보내고 손자까지 본 진짜 할머니지만 밖에 나가면 아직도 50대 초반까지는 통해요.(웃음)”조양자(63·여)씨는 젊어 보일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역시 탁구를 제일로 꼽는다.나이든 사람도 손쉽게 배우고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최우선은 가정
양천구민체육센터 탁구교실 회원들은 한마디로 탁구광이다.
밤에 잠을 자다가도 낮에 실수한 드라이브가 꿈속에 나올 정도다.또 어떤 회원은 입맛이 없을 때는 밥상에 탁구 라켓을 올려놓고 쳐다보며 밥을 먹는다고 살짝 귀띔하기도 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정에 소홀하는 일은 전혀 없다.
박 회장의 지론 역시 ‘탁구보다는 가정이 우선’이라는 것.젊었을 때 가정을 위해 탁구를 포기했던 자신의 선택에 대해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박 회장은 “이곳 탁구 회원들의 가정은 하나같이 화목하다.”면서 “엄마들이 활력을 갖고 긍정적으로 삶에 임한 결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탁구교실 회원인 이인숙(57·여)씨도 “회원 자녀들을 살펴보면 모두 성공했다.”면서 “결과적으로 탁구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양천구민체육센터 탁구교실 회원들은 지난 28·29일 이틀간 치러진 서울시 연합회장배 탁구대회에 42명이나 출전했다.
●성적보다는 즐기는 탁구
“다른 동호회 같았으면 부담스러워서 출전하기 힘들었을 겁니다.”정정란(61·여)씨는 시 대회에 출전하지만 성적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우리 팀은 그냥 놀러가는 기분으로 출전했어요.회원들이 도시락도 싸오고 떡도 만들어 갔거든요.”
박 회장은 생활체육의 핵심은 ‘참여하는 즐거움’에 있다고 강조한다.어쩔 수 없이 성적을 내야만 하는 엘리트 체육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회원들에게서 운동하는 즐거움을 뺏는 순간 생활체육은 흔들리게 됩니다.운동하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박 회장의 손으로 일궈낸 사라예보의 영광은 소박하지만 행복한 모습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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