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제기 2동 종암초등학교는 지난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전교어린이회장·부회장 선거에 전자투표를 실시해 화제다.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2동 종암초에서…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2동 종암초에서 열린 전교어린이회 전자투표.유권자인 한 어린이가 회장선거 출마자들의 사진과 이름이 올라 있는 컴퓨터 화면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지난 8일 오전 9시30분 이 학교 컴퓨터실.5학년 김지은(11)양은 컴퓨터실 입구에 놓인 선거인단 명부에 자신의 이름과 학년,반,번호를 확인하고 주민등록번호 옆에 손수 서명한다.지은양은 선거용으로 마련된 6대 컴퓨터 중 한 자리에 앉아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했다.전교어린이회 선거 아이콘을 클릭하자 선거에 출마한 6학년 후보자 4명의 포부 한마디와 후보자 사진이 뜬다.
지은양이 점찍어 두었던 후보자 번호를 클릭하자 화면은 자동으로 부회장 선거로 넘어간다.5학년 부회장 출마자 중 마음에 드는 후보자 번호에 클릭하고 마지막으로 지은양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니 투표끝.
지은양은 “후보자 얼굴과 이름을 함께 확인할 수 있고 투표절차가 간편해서 좋다.”면서 “담임선생님이 반 아이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미리 알려주고 이 번호가 앞으로 얼마나 중요하게 쓰일지 설명해주셨다.”고 말했다.
4∼6학년 총 유권자 587명,총 투표자 583명,투표율 99.32%,투표소요 시간 2시간,결과확인 시간 20초.오전 11시20분 투표종료와 동시에 6학년 최별나라(12)양이 득표율 40.31%로 25.73%에 그친 6학년 권기범(12)군을 제치고 2004학년도 2학기 전교어린이회장에 선출됐다.투표 초반에는 기범군이 단독선두를 유지하다가 투표시작 40분이 지나면서 별나라양이 추격,투표시작 1시간만에 역전해 당선을 굳혔다.6학년 출마자 중 득표율 2위를 기록한 기범군과 5학년 김동욱(11)군,박정원(11)양은 각각 부회장에 당선됐다.
별나라(12)양은 “항상 도전하는 정신을 잃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지난해 부회장선거에 나왔을 때는 나를 찍어준 표에 인주가 번지거나 동그라미를 중복 표기한 경우가 많아 무효표 처리된 것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하헌태(52·여) 교장은 “이 같은 전자투표는 인터넷으로 국민의 직접 정치참여가 가능한 전자민주주의를 학생들에게 체험하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전자투표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선거 담당 김미혜(27) 교사는 “전자투표는 선거 담당 교사들의 업무도 대폭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 초 부임한 김 교사는 서울초등교육정보화연구회(www.class.or.kr)에서 2002년 개발한 전교학생회장·부회장 인터넷 선거 프로그램을 이 학교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김 교사는 이 연구회에 핵심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인한(37·신방학초) 교사와 지난해 불암초등학교에 함께 근무했던 인연으로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2000년부터 초등교육 정보화에 관심있는 교사 20여명이 활동해온 이 모임에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전교 어린이회 전자투표 프로그램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프로그램을 깔 수 있는 서버를 갖춘 학교라면 연구회 홈페이지에서 이를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강 교사는 “이를 활용하면 선거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학부모들도 학교 홈페이지에서 결과를 확인 할 수 있다.”면서 “아직 홍보가 부족해 실제로 이를 활용하는 학교는 서울에서 7∼8곳뿐”이라고 말했다.
글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