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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공판중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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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조서 없이 법정 증인들의 생생한 진술과 피고인 심문을 통해 유무죄를 판단하는 공판중심주의가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지난 4일 시작된 서울 강동시영아파트 재건축 비리 재판은 처음으로 검찰 수사기록 없이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며 진행되고 있다.

외국 영화에서 재판 과정을 보면 우리 법정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점을 느낄 것이다. 미국의 경우 배심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공판중심주의 때문이다. 공판중심주의란 검사와 피고인·변호사가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고 증거를 제시해 가면서 사건의 진실을 캐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법정에서는 그와 같은 불꽃 튀는 공방을 볼 수 없었다. 검찰에서 피의자를 조사한 내용이 거의 그대로 법정에서도 인정되었기 때문에 법정심문도 형식적이었다. 배심제 도입과 더불어 사법개혁의 한 방안으로 재판의 대변화를 몰고 오고 있는 공판중심주의의 의미를 살펴본다.



공판중심주의 방식의 재판에서는 방청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사와 변호인이 증인을 백지상태에서 신문하며 피고인의 유무죄를 따지게 된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법의 법정 내부.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공판중심주의란

공판중심주의는 사건의 실체에 대한 모든 심증을 공판절차를 통해 형성해야 한다는 형사재판의 원칙이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이 원칙을 확립하고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그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검찰은 피의자와 참고인을 수사한 기록과 확보한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재판부는 그 기록과 증거에 의존해 재판을 해 온 것이다. 물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심문도 하지만 특히 작은 사건의 경우 법관의 사무실에서 유무죄가 결정되는 일이 많았다.

대법원은 수년전부터 공판중심주의의 실질적인 도입을 강조해 왔지만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지난해말부터다. 공판중심주의는 배심제하에서는 당연한 원칙이지만, 배심제를 채택하지 않아도 공정한 심판을 위해 필요하다. 기본 원칙은 공개 재판이다. 또 판결은 법률에 별다른 규정이 없으면 구두변론에 의거해야 한다(형사소송법 37조 1항). 공판 외에서 작성된 조서가 법관의 심증을 형성하는 자료가 돼서는 안 된다.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 또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하고 그밖의 서류나 증거물은 첨부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법원의 예단을 방지하는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도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는 원칙이다.

검찰조서 증거능력 부정

공판중심주의를 촉발한 것은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대법원의 판례였다. 지난해 12월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검사가 작성한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를 내놓았다. 검찰이 피의자와 참고인을 신문해서 작성한 조서를 하나의 증거로 인정해 왔던 판례를 바꾼 것이다. 다시 말해 법정에서 나온 진술과 증거만을 중시하겠다는 뜻이다. 검찰이 강압적으로 수사를 해 조서를 작성하고 날인하도록 했을 경우 조서의 진실성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조서에 서명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조서 내용이 자신의 진술대로 기재됐음을 피고인이 법정에서 시인해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위치한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법 청사.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검찰의 수사기록 제출 거부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검찰은 수사기록 제출을 거부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전국 검찰이 일제히 그런 것은 아니고 강동 시영아파트 재개발비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남기춘)가 처음 불을 댕겼다. 공판중심주의는 다른 수사기록은 제출하지 않고 공소장만 내는 공소장 일본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의 대응은 그 원칙을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배경은 대법원이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과 구속영장 기각률이 높아지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원보다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측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수사기록을 보지 못하면 변호사들은 피고인의 진술에만 의존해서 변론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동시영아파트 재건축 비리 사건

공판중심주의대로 진행되고 있는 재판으로 주목받는 재판이 지난 4일 오후 처음 열린 서울 강동시영아파트 재건축 비리 재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최완주) 심리로 열린 이 재판은 검찰이 수사기록 제출을 거부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검찰과 변호인은 첫날부터 증인으로 채택된 사건 관계자를 두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아무래도 수사기록이 없고 증인의 진술이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재판부는 증인 진술의 세세한 부분까지 의미를 캐묻기도 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수사기록이 없이 재판하는 것은 변론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공판중심주의의 과제

공판중심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재판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증인 수도 많을 뿐더러 백지 상태에서 증인의 진술을 듣는 까닭에 심문도 전보다는 길어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건은 재판기일을 자주 잡는 ‘집중심리제’를 채택해서 판결을 앞당길 수 있지만 그러다보면 다른 사건에 여파를 미치게 된다.

때문에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공판중심주의가 도리어 피고인이나 변호인들에게 불리하다는 말이 나오고도 있다. 변호사들은 특히 검찰이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기 때문에 미리 변호 전략을 세울 수 없다는 점을 가장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피고인을 검찰의 강압에서 벗어나게 하고 법정에서의 자유로운 진술로 진실을 가리자는 공판중심주의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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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