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히 농약이나 비료를 적게 사용하는 만큼 이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전국 어느 지역 제품보다 ‘완전한’ 무농약 제품에 가깝다. 그래서 광주 5일장은 ‘무농약 농산물 전시장’으로 통한다. 무농약으로 재배된 토마토·버섯·상추 등 청정 농산물들이 대거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오후 3시쯤 광주시 경안동 우체국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는 버스정류장 옆 토마토 노점.10여명의 시민들이 너도나도 토마토를 사기 위해 흥정하는 등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한쪽에는 한푼이라도 더 깎으려고 흥정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 토마토를 맛보며 왁자지껄한다. 주인은 돈을 세랴, 토마토를 봉지에 집어넣으랴 무슨 일을 먼저 해야할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친구들과 함께 토마토를 구입하던 신길례(46·여·경기도 광주시 역동)씨는 “노점에서 파는 토마토지만 다른 어느 가게보다 찰지고 맛있어 장이 설 때마다 사 간다.”며 “이렇게 말해야 주인 아저씨가 하나라도 더 줄 것 아니냐.”며 너스레를 떤다.
토마토는 광주장의 ‘얼굴’이다. 웰빙 시대를 맞아 신선도가 높고 영양분이 풍부해 ‘인기 짱’이다. 공기가 맑고 자연 풍광도 아름다운 데다, 한강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무농약으로 재배해 찰기가 있고 당도도 높다. 이곳의 토마토는 벌을 이용해 수정하다 보니 천적을 동원해 진딧물·입굴파리 등 각종 해충을 제거하므로 ‘완전’ 무농약으로 재배되고 있는 것이다. 가격은 한 바구니(1∼1.2㎏)에 2000원에 판매된다.
이강범 농협 광주시지부장은 “광주는 서울과 가장 가까운 청정지역인 데다, 과거 서울지역 채소 소비량의 60% 이상을 담당했을 정도로 기름진 땅과 각종 채소의 재배에 대한 노하우가 온축돼 있는 지역”이라며 “판매기간을 늘리기 위해 덜 익은 토마토를 수확하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이곳 토마토는 완전히 익은 완숙된 제품만으로 판매하고 있어 싱싱하고 영양가가 높다.”고 설명한다.
‘무농약 농산물 전시장’인 광주장은 200년 이상의 역사를 면면히 이어온 유서깊은 장터. 광주시 경안동에 자리잡고 있는 광주장은 2000여평 규모에 도부꾼 200여명을 포함해 350여명의 상인들이 옹기종기 한데 모여 생업을 꾸려가는 곳이다. 장날은 3일과 8일이다. 광주·용인·성남 모란장을 보는 이호영(전국 민속 5일장 연합회장)씨는 “광주장은 과거 서울과 가장 가까운 경기도의 중심지역이어서, 현재 서울로 편입된 송파장에 버금갈 정도로 유명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대형 마트 붐이 이는 등 산업화의 거센 바람에 밀려 토마토·버섯 등 시설 채소와 산나물 등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버섯도 토마토에 버금가는 광주장의 인기 품목이다.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재래식 균상재배에서 탈피해 5년 전부터 연중 고르게 수확 가능한 병재배 기술을 도입, 첫 수확한 버섯만 상품화하고 있다. 버섯의 맛과 향을 높이기 위해서는 버섯 재배에 쓰이는 배지(培地)로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잡목이나 포플러 톱밥 대신, 비싼 미루나무 톱밥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12도 정도의 낮은 온도로 재배하기 때문에 버섯 생장기간이 길어 향이 진하고 버섯의 육질도 쫄깃쫄깃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20억원을 들여 버섯배지 분양센터를 설립했다. 주로 판매되는 버섯은 느타리버섯·새송이버섯·표고버섯 등. 가격은 한 근에 2000원 균일가.10년 이상 버섯장사를 하고 있다는 이동길(65)씨는 “데쳐 먹거나 부침개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등 용도가 다양한 느타리버섯이 가장 많이 팔린다.”며 “이곳의 버섯은 그날그날 산지에서 나오는 덕분에 싱싱하고 맛과 향이 진해 인기가 있다.”고 강조한다.
붉은 상추도 빼놓을 수 없는 무농약 제품이다. 한약재를 발효시킨 액체비료(액비)를 이용해 재배하므로 사실상 농약을 쓰지 않는다. 이곳에서 만난 채소 중간상인인 한모(58·서울시 강동구 암사동)씨는 “광주지역에서 나는 붉은 상추는 조직이 거칠지 않고 아주 연하다.”며 “다른 지역의 제품보다 쓴맛이 적은 데다, 쌉싸래한 맛이 나고 싱싱해 서울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광주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교통편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경안IC(광주)를 빠져나와 첫번째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서울 강변역에서 직행버스인 1117-1,1113,1113-1 등을 타면 된다. 소요시간은 40분∼1시간 정도.
■ 새달 24~26일 토마토 축제
“수려한 자연의 풍광도 즐기고, 팔당호 청정지역의 맛있고 차진 토마토도 맛보고”
광주장의 대표주자격인 토마토 축제가 오는 6월24∼26일 광주시 퇴촌면 장지리에서 열린다.
올해로 3회째. 퇴촌면이 주최하고 농협이 후원하는 이 행사에는 토마토 주스 시음회·방울 토마토 받아먹기 대회·토마토 높이 쌓기·맛있는 토마토 고르기 등의 토마토 관련 행사를 비롯, 제기차기 대회·투호대회·동춘 서커스 등의 민속놀이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할인 판매·수확 체험 등 토마토 행사는 기간내내 상설화된다.
■ 할인판매·수확체험등 다양
특히 환경사랑 글짓기 백일장, 생태탐방로 걷기대회 등 여러가지 문화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다음달 25일 오전 10시 시작되는 환경사랑 글짓기 백일장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열리고, 생태탐방로 걷기대회는 팔당호반을 따라 자연경관을 즐기며 걷는 행사로 토마토 시식 행사도 곁들인다.
신평철 농협 광주시지부 차장은 “토마토는 골다공증과 노화방지에 효과적이고 토마토 생즙의 경우 피를 맑게 해 동맥경화 등에 좋은 웰빙식품”이라면서 “청정 토마토의 본고장인 퇴촌 토마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광주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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