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12월 창단된 금천구청 인라인 롤러팀은 각종 대회에 서울시 대표로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8월 대한체육회장기 대회에서는 최은미·이나나 선수가 각각 300m와 1000m 1위에 오랐다. 또 최종신 선수가 1만m에서 2위에 그리고 단체전 5000m 계주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보다 앞선 제17회 문화관광부장관기에서는 1000m 1위, 500m 2위,1만 5000m 3위, 단체전 5000m 계주 3위에 입상하는 등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금천구 인라인 롤러팀의 선전은 금천구청 공무원들에게도 감동을 준 듯하다.
●인라인 롤러팀의 영향
씽씽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인라인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부러운 마음이 생기게 된다.
금천구청 공무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내며 금천구의 이름을 드높였던 여자 인라인 롤러팀은 금천구청 직원 인라인동호회를 만들게하는 ‘촉매’로 작용했다.
인라인 스케이트가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고, 다른 구청에도 동호회가 하나둘씩 있을 법하지만, 인라인 롤러팀이 있는 금천구청 동호회가 다른 곳보다 조금은 특별한 이유이기도 하다.
●금천한내 정비 숨은공신
금천구 관내에 금천한내(안양천)가 있다는 사실이 동호회의 존재와 직결돼 있다.
금천구청 인라인 동호회는 2003년 9월 청소과에 근무하는 강대훈(50)씨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강씨가 인라인팀을 주도적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금천한내 때문이다. 청소과에 근무하면서 금천한내 주변의 쓰레기 문제때문에 고민하던 강씨는 주민들보다 공무원들 먼저 이곳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씨는 “금천한내 주변 쓰레기 문제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은 먼저 공무원들이 생각을 바꾸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청소담당 공무원 뿐만아니라 금천 구청의 모든 공무원들을 자연스럽게 금천한내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인라인 동호회를 만들어 그 주변에서 활동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인라인팀의 창단 ‘비화’를 말했다. 강씨는 “어쩌면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가지고 창단된 인라인팀일지도 모른다.”면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어쨌든 인라인 동호회가 생긴 이후로 우연처럼 금천한내 정비가 금천구 최대 화두로 떠올랐고, 이후 금천한내 5.8㎞는 남부럽지 않게 ‘확실히’ 정비됐다.
●금천구 대표 체육, 인라인
금천구 인라인 동호회는 공무원들의 바쁜 업무 때문에 자주 모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회원은 30명 정도이며 주2∼3회 모이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 동호회는 공무원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단순히 인라인을 즐기기만 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문화공보과 신종일 과장은 “처음 창단될 때부터 주민과 함께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서 “최근 금천한내가 정비되면서 인라인에 관심을 갖는 주민들과 접촉이 늘었다.”고 말했다.
개인의 건강을 찾는 동시에 주민과의 자연스러운 의사소통까지 하게 되는 ‘1석2조 동호회’인 셈이다.
동호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한동희 씨는 “동호회 회원 중에는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많은데, 스스로의 건강은 물론 주민 건강에 대해서도 항상 걱정하는 업무의 연장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동호회 강사 역할을 하고 있는 강대훈씨는 “동호회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면서 “금천구청 직원이든 금천구 주민이든 인라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동호회 이끄는 2인
신종일(51) 문화공보과 과장은 동호회 창단부터 지금까지 회장으로서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인라인팀이 창단되던 2003년 인사팀장을 맡고 있었는데, 얼떨결에 회장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인라인 스케이트를 단 한 번도 신어보지 않은 ‘왕초보’였다.
신 과장은 “민원업무가 많은 공무원들이 금천한내를 내달리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업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서 “더 많은 직원들과 금천구 주민들이 동호회에 가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왕초보’였던 그는 최근 인라인 스케이트를 바꿨다. 속도를 더 낼 수 있는 5륜 인라인으로 교체한 것.5륜 인라인은 바퀴가 다섯개 달린 것으로 4륜보다 훨씬 더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신 과장은 “인라인의 많은 기술을 다 배우진 못했지만 스피드를 더 내고 싶었다.”면서 “아직 5륜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지만 몇 달만 연습하면 지금보다 훨씬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청소과에서 근무하는 강대훈(50)씨에게 인라인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강씨는 1982년 군 복무 당시 동료들과 쉬는 시간에 씨름을 하다 다리를 다쳤다. 무릎과 무릎 사이의 연골이 파괴될 정도로 중상이었는데, 이 사고로 인해 나머지 군생활을 병원에서 보낼 정도로 심각했다고 한다. 부산 국군통합병원까지 후송될 정도였다.
강씨를 진단한 의사는 다리를 절단해야 될지도 모르니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는 말까지 전했다고 한다.
다행히 최악의 경우에 이르진 않았지만 강씨의 오른 다리는 이때부터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었다. 항상 절뚝거릴 수밖에 없었다.
남보다 의지가 강한 강씨는 수영·자전거 등 각종 운동을 하며 다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1997년 처음 접한 것이 인라인 스케이트다. 처음엔 외국에 다녀온 유학생들이 타고 다니는 것을 보고 단순히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인라인을 신는 순간 ‘느낌’이 오더란다. 그 뒤로 8∼9년을 인라인에 미쳐 살았다. 그의 오른 다리도 기적처럼 예전처럼 돌아왔다. 인라인을 타기 시작하면서 절뚝거리지도 않게 됐다.
인라인에 ‘미친’ 강씨는 대한인라인롤러연맹에서 인증해주는 강사 자격증을 땄다. 이어 금천구청 내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동호회를 창립하게 됐다.
강씨는 “청소과에 근무하는 본연의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관내 주민들에게 인라인을 계속 지도하고 있다.”면서 “인라인은 또 다른 인생을 살게 해준 은인”이라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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