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협상 결과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형식적인 만남이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런 징후는 협상 개시 이틀 전인 8일 양측 수뇌부의 발언에서도 쉽게 감지된다.
경총 관계자는 이번 협상과 관련,“한마디로 준비한 카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4월 노사정 실무대화 때 내놓은 안에서 한발짝도 후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합의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노동계의 양보밖에 없다고 강조한다.“국회 주선으로 만나긴 만나지만 전혀 기대할 게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경영계와 노동계가 끝까지 양보하지 않은 핵심 쟁점은 ‘사용시기’와 ‘사용시기 이후 고용보장’이다.4월 한 달 동안 11차례의 실무대화를 진행하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파견업종 범위 규정 등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이 있었으나 유독 이것만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최초 1년은 사용사유제한 없이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그후 1년은 사용제한을 두며 2년 이후에는 정규직으로 간주하자는 것이 노동계의 최종안이다. 반면 경총은 3년 동안 아무런 제한 없이 고용한 뒤 3년 이후에는 사용제한을 둘 수 있고, 임의 해고를 금지하자고 맞섰다.
이 안에서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는 것이 경총의 입장이다. 노동계 역시 기존 주장에서 더이상 진전된 수정안 제시는 없을 게 분명하다.
양 노총은 “비정규직 문제는 주고받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는 양측의 합의가 난망함을 보여준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합의를 위해)노력할 뿐”이라며 그다지 기대감을 갖지 않는 눈치다.
협상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 1차회의(28일) 이전인 25일까지는 대화를 끝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보름 남짓이다. 시기도 좋지 않다. 양 노총의 하반기 총력투쟁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투쟁의 핵심은 뭐니뭐니 해도 비정규직 보호입법 쟁취다. 민주노총 비상대책위는 이미 총파업 현장순회 활동에 들어갔고 13일에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계획이다.
하지만 노사 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은 아닐 듯하다. 합의 여부와 관계 없이 11월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높다. 이는 지난 9월27일 총리와 양 노총위원장 회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이와 관련,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노사 합의가 안 되더라도 의견이 접근된 상황까지 국회가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단 노사합의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설사 합의가 안 돼도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으로 국회에서 처리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번 노사대화를 주선한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 이목희 의원도 연내 처리의 불가피성을 주장한다. 환노위 위원인 이 의원은 “원만한 국정운영과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노동계의 결단을 촉구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