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동안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사육사로 일해온 손홍태(53)씨가 앉은뱅이 낙타 ‘청애(6·♀)’를 정성껏 보살펴 2년 4개월만에 일으켜 세우는 기적을 만들었다.
손씨와 청애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3년 7월. 대공원 동물원에 있는 낙타 ‘청빈’과 연분을 맺으려 서울랜드에서 이사온 청애는 환경이 바뀌면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청애는 청빈과 합방도 하지 못하고 수척해지더나 그해 9월 자리에 주저앉아 결국 일어서지 못했다. 사육사와 수의사가 청애에게 사료도 손으로 떠서 먹여주고 갖은 약물 치료를 하는 등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때부터 청애를 일으켜 세우기 위한 손씨의 눈물겨운 전쟁이 시작됐다. 손씨는 700㎏인 청애를 매일 두차례씩 체인브룩으로 일으켜 세워 다리를 마사지해주었다. 체인브룩은 몸집이 큰 동물을 이동시킬 때 사용하는 기구다. 청애의 배에 쇠줄이 달린 넓은 띠를 두른 뒤 이를 천장 고리에 걸어 일으켜 세우면 청애는 온몸에 통증을 느끼는 듯 “웩, 웩” 울어댔다.
손씨의 극진한 보살핌 덕에 지난달 15일 드디어 청애는 체인브룩 없이도 혼자 일어서게 됐다. 손씨는 “청애가 일어섰을 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면서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손씨는 “앞으로 동물들 보살피며 이렇게 즐겁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