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단어들을 30초 동안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자신이 적은 단어들을 살펴보면 희한한 어휘들이 쏟아져 나온다. 풀밭, 부리, 귀, 눈, 곡선, 꼬리, 다리, 토끼, 오리 등 상상을 초월한 단어들의 집합소 일 것이다. 정답은 무엇일까? 토끼, 오리가 아니다. 여러분이 주목한 요소에 따라서 정답이 된다. 그림에서 길쭉하게 나온 부분을 부리로 보면 오리가 떠오르고, 귀로 생각하면 토끼가 보인다.
이것은 비트겐슈타인-곰브리치의 ‘애매 도형’ 즉, 토끼-오리 그림이다. 물리적 대상인 그림은 변함이 없지만 보는 주체가 가지고 있는 시각적 경험의 내용이 판단에 의해서 토끼나 오리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 그림의 감춰진 의미를 깨닫게 되는데, 이것을 ‘국면의 떠오름’이라고 한다. 마치 여명의 아침 바다에서 붉은 해가 불쑥 떠오르듯 오리로 보았던 그림이 어느 순간 토끼로 갑자기 시각 장에 나타나는 경험을 한다. 이러한 경험은 그림의 감각적 외양이 변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해석이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요소를 주목했는가에 따라서 오리의 부리나 토끼의 귀로 보인다. 따라서 보는 주체가 보는 관점에 따라서 물리적 대상의 감각적 외양이나 실재를 볼 수도 있고 보지 못할 수도 있다.
■ 생각에 날개달기
요즘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영화는 연산군 시대 궁중 광대들의 한판 놀음을 그린 이야기 ‘왕의 남자’다. 그 이유는 청소년은 물론 장년층까지 아우르는 세대 공감의 코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은 내시 초선의 진중한 선택에 호감을 보내고, 청장년은 시대를 저항하며 살아가는 광대 장생과 불을 뿜듯 활활 타오르는 연산군의 광기에 매력을 느낀다. 또한 청소년은 크로스 섹슈얼 이미지인 공길에 눈길을 준다. 이렇게 관객은 하나의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인물들의 ‘국면의 떠오름’ 을 경험하고 해석의 다양성을 시도한다.
김태웅 원작 이(爾)-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는 호칭어-와 영화 ‘왕의 남자’는 작가와 감독의 관점에 따라서 인물들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영화 ‘왕의 남자’는 연산군과 장생의 대립적인 구도에 무게를 두고 연극에서 주목을 받지 않았던 장생이 이야기를 이끈다. 장생에게 새로운 감춰진 의미가 발현됨으로써 영화는 해석의 다양성이라는 힘을 얻는다. 또한 연극에는 등장하지 않는 외줄 타기는 현실을 풍자하고 절대 권력의 왕을 조롱할 수 있는 유일한 소도 같은 공간으로 그린다.
장생과 더불어 공길 또한 성격의 대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인물이다. 영화에서는 공길의 감각적 외양에 치중하면서 화려한 분장과 여성스러운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고, 게다가 폭군 연산군에 대한 동정까지 품은 감성적인 인물로 영화에서는 캐릭터 중요도가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연극에서 공길은 희락원 대봉 종 4품의 자리까지 올라 광대들을 마음껏 주무르고 정치판에 끼어들어 왕에게 간언을 하는 권력지향형의 인물로 등장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주동적인 인물로 부각된다. 이렇듯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다르게 창조되는 이유는 감춰진 의미를 새롭게 찾아내려는 보는 주체의 바라보는 관점 즉,‘국면의 떠오름’이 갖는 생각의 확장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 생각 주머니 넓히기
1. 일상생활에서 관점의 다양성으로 볼 수 있는 사례를 찾아서 ‘다르게 보기 공책’을 만들어본다.
▶우리나라, 호주, 미국, 영국 입장에서 본 세계 지도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자국의 관점에서 지도를 그린 것을 볼 수 있다.
2.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을 가져온 일련의 발명품들을 찾아보고 과정을 탐구해본다.
▶포스트잇은 처음에 뗄 수 없는 접착제로 개발되었다가 만든 이가 생각을 전환해서 붙였다 떼는 용지로 개발한 상품이다.
이규철 성문고 교사·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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